추(錘)는 왕복을 거듭한다. 개인과 공동체, 양극화와 평준화, 통합과 분열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다. 발전의 시대가 있으면 쇠퇴의 시기가 있고, 변화의 때가 있은 뒤엔 정체와 복귀의 세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의 움직임을 잘라보면 국가와 사회가 일정한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을 ‘시대정신(Zeitgeist)’으로 부를지, 사회 트렌드라고 할지, 역사의 흐름이라 이름 붙일지는 관찰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업스윙》은 지난 125년간 미국 사회가 개인주의적인 ‘나의 사회’에서 공동체주의적인 ‘우리의 사회’로 전향했다가 다시 ‘나의 사회’로 되돌아간 과정을 되짚은 책이다. 경제와 정치, 사회, 문화, 인종, 젠더 등의 카테고리별로 놀랄 만큼 유사하게 ‘나’와 ‘우리’ 사이를 오가며 각종 사회 문제에 직면했던 현대 미국 사회의 모습이 담겼다. 2000년 미국 지역사회의 형성과 붕괴를 다룬 《나 홀로 볼링》을 출간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로버트 퍼트넘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사회사업가 셰일린 가렛이 썼다.
‘도금시대(Gilded Age)’로 불렸던 1870~1890년대는 오늘날의 미국과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매우 개인주의적이었으며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분열이 만연했다. 하지만 19세기 말 이후 장기적으로 놀라운 수준의 경제발전이 이어지면서 사회는 점차 평등과 협력, 관대함의 방향으로 흘렀다. 자연스럽게 공동체주의가 미국 각지에 널리 확산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런 추세는 무엇보다 뚜렷했다. 20세기 전반에는 고등학교 진학 확대와 전화·자동차를 발전동력으로, 20세기 후반에는 대학 진학률 증대와 마이크로칩·바이오테크를 성장엔진으로 삼아 경제가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 결과, 주택 규모가 커졌고 평균수명이 늘었다. 1915~2015년 미국인 1000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25대에서 820대로 폭증했다. 무엇보다 신분 상승이 용이해지고 경제적 빈부 격차가 줄면서 ‘대(大)수평의 시대’ ‘대통합의 시대’가 열렸다.
정치적으론 20세기 전반기에 초당적 협력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정당의 입장도 극단적이지 않았다. 1940년대 공화당 정강·정책은 남녀평등 헌법 개정안을 지지했고 흑인에 대한 차별을 비난했다.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높은 세금 부담률을 인정하고 사회보장과 공공 주택 확대를 강조했다. 유권자들도 중간 ‘회색지대’에 두텁게 포진했다. 유권자들이 대통령은 민주당을 찍었다면 의회 의원은 공화당을 찍는 ‘교차투표’가 흔했다. 1960년대만 해도 연방의회 의원의 40%가 교차투표로 당선됐다. 민주당 소속 트루먼 대통령은 민주당원 61%와 공화당원 41%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고, 공화당 소속 레이건 대통령이 선출될 때도 민주당 지지자의 3분의 1이 레이건에게 표를 던졌다.
이런 추세는 1960년대를 거치면서 급격히 반전됐다. 모든 것이 단기간에 극적으로 변했다. 대중음악과 패션, 인종 관계, 성 규범, 젠더의 역할, 마약 사용, 정치제도, 종교 활동, 소비 습관 등에서 빠르고 지극히 뚜렷한 변화가 발생했다. 공동체는 붕괴되고, 공유된 가치는 사라지면서 사회는 급속하게 ‘우리’에서 ‘나’를 향한 형태로 바뀌었다.
경제 측면에서 조세제도의 누진성은 낮아졌고 탈규제는 가속화했다. 정당의 부족주의가 강화하면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자질 평가는 점점 더 정당 충성심에 따라 결정됐다. 그 결과 정당 간 적개심은 뜨거워졌다. 좁혀지던 흑인과 백인 간 격차는 다시 늘어났고 ‘단란한 정상 가족’은 더욱더 보기 힘들어졌다. 사회가 꾸준히 덜 평등하고, 더 양극화되고, 더 파편화되고, 더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갔다.
저자는 ‘바람직한’ 사회로의 복귀를 위해 이른바 ‘업스윙(상승과 통합의 추이)’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전반부의 통합으로 향했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억지로 현상을 수정하려는 유혹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이익, 권리, 자율성을 지키면서 강력한 일체감과 공유된 목적, 공통된 운명을 유지하는 공동체주의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다만 상세한 통시적 분석과 대조적으로 저자가 제시한 대안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라는 인상을 떨치기 어려운 것은 단점이다. 전체적인 서술도 다소 산만해 책에 집중하기가 쉽지는 않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