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지피클럽 투자 원금만 건지고 회수

입력 2022-03-18 08:27
수정 2022-03-21 09:32
이 기사는 03월 18일 08: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화장품 회사 지피클럽에 투자했던 골드만삭스가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최근 지피클럽의 실적이 하향세를 걸으면서 골드만삭스는 투자 당시 기대와 달리 원금만 건진 채 거래를 마무리하게 됐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골드만삭스 아시아스페셜시추에이션그룹(ASSG)은 지피클럽에 투자했던 750억원을 최근 회수했다.

골드만삭스ASSG는 2018년 10월 750억원을 투자해 지피클럽 지분 5%를 매입했다. 이 지분은 창업자인 김정웅 대표의 부인 박옥 이사가 보유했던 구주 일부로, 투자 후 골드만삭스ASSG는 김 대표와 박 이사, 김리원 씨에 이어 지피클럽의 4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지피클럽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으로 평가돼 지피클럽은 투자 유치와 함께 국내 9번째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골드만삭스ASSG는 지피클럽이 특정 시기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 원금에 5% 이자를 적용한 금액에 보유 지분을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보장받았다.

지피클럽은 화장품 브랜드 JM솔루션으로 잘 알려진 화장품 전문회사다. 김 대표가 중국에서 게임 유통업체로 출발했다가 2016년 현지에서 런칭한 화장품 브랜드 JM솔루션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꿀광 마스크'가 중국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6억 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지피클럽 투자는 카버코리아 인수로 큰 수익을 낸 골드만삭스ASSG가 집행한 두 번째 'K-뷰티' 투자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골드만삭스ASSG는 2016년 카버코리아를 4300억원에 인수한 뒤 1년 만에 1조9000억원에 팔아 내부수익률(IRR) 400%라는 전무후무한 투자 성과를 냈었다.

골드만삭스 투자 후 지피클럽의 실적은 사드 악재와 코로나 영향 등이 겹치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골드만삭스ASSG는 기대했던 수준의 기업가치로 상장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의 이자를 보장받는 풋옵션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3년 5개월 정도인 투자 기간을 감안하면 원금만 겨우 보존한 셈이다.

지피클럽은 최근 2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유치에 나섰다가 거래가 불발되기도 했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PS얼라이언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이 투자를 검토했으나 자금 모집에 실패해 결국 무산됐다. 당시 투자자들은 지피클럽의 기업가치가 골드만삭스ASSG 투자 당시 때보다 낮아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ASSG가 투자했던 2018년 매출 5137억원, 영업이익 2038억원이었던 지피클럽 실적은 2020년 말 기준 매출이 4044억원, 영업이익은 97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박시은/차준호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