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NBC방송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특정 행동으로 3차대전을 일으킬 수 있는 핵보유국간 분쟁이 발생하는 데 우려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멸망할 경우를 대비해 3차대전이 이미 시작했는지 또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며 "이것은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80년 전 2차대전이 발발하고 역사상 비슷한 비극이 일어났을 때 어느 누구도 언제 전면전이 시작될지, 누가 전쟁을 끝낼지 예측할 수 없었다"며 "지금 상황은 전 세계가 위태롭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에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영공에 인도주의적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 미 의회 화상연설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상공을 수천명 죽음의 근원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3차대전 발발 가능성을 우려해 이같은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비행금지 구역을 관할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투기를 우크라이나 상공에 배치할 경우 서방이 전쟁에 개입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미 바이든 정부는 폴란드로부터 소련 시절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과 관련해 손도 뗀 상태다. 우크라이나 군대 이익보다 러시아를 자극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전쟁 자금 및 물자 지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백악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방위비 8억달러를 추가해 이번주 총 10억달러(약 1조2230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스팅어 대공미사일 시스템 800기를 비롯한 군수품도 제공키로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