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 신한금융 이사 선임에 무더기 '반대'

입력 2022-03-17 14:04
수정 2022-03-17 16:08
이 기사는 03월 17일 14: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오는 24일 열릴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에 무더기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조용병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신한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 안건을 논의했다.

이날 수탁위는 박안순 대성상사 회장,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재 전 KorEI 대표, 허용학 퍼스트브릿지스트레티지 대표 등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성재호 교수의 감사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 소홀 등이 이유다. 이사 보수한도에 대해서도 반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 신입사원 채용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사진들이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부 의결권자문사는 이들의 이사 선임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또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사태와 관련해서도 의결권자문사들은 2020년부터 연이어 반대를 권고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지만 주총에서는 안건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8.78%)이지만 KT를 비롯해 IMM PE, 베어링PEA, 어피너티 등 사모펀드들의 우호 지분을 합치면 최대주주 지분율을 넘어선다. 조용병 회장 역시 채용비리 혐의를 받던 2020년에도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변없이 주총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수탁위에서는 SK디앤디, 효성, 포스코, LG화학, 한진칼, 한화시스템 등의 주총 의결권 방향 논의도 이뤄졌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에 대해 횡령, 배임 등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이유로 반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 회장은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최근 1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탁위는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신 부회장은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때 이사회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가치를 하락시켰다는 이유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