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잡화점 "나이키 빈자리 채워라"

입력 2022-03-16 17:49
수정 2022-03-17 02:16
나이키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D2C’ 판매에 나서면서 신발 잡화점들의 ‘탈(脫)나이키화’가 빨라지고 있다. 대리점 중심의 판매를 유지해온 나이키가 2020년부터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직접 판매를 강화하자 신발업계가 고육지책 차원에서 비중을 낮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키는 3만 개에 달하는 유통 거래처를 향후 40개 파트너까지 줄일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작년 서울 명동에 전용 2300㎡ 3층 규모의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고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발 잡화점인 레스모아와도 2020년께 거래를 종료했다. 이 여파로 레스모아는 국내에서 운동화 잡화 사업을 접었다. 다른 신발 잡화점들의 나이키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2~3년 전 나이키 매출 비중이 30~40%를 차지하던 ABC마트는 20%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신 아디다스(17%)와 뉴발란스(11%), 반스(11%) 등으로 신발장을 채우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신발 편집숍 ‘폴더’도 나이키 판매 비중을 전체의 15%를 넘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 뉴발란스(15%)와 PB브랜드(15%) 등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면서 나이키 비중을 줄이고 있다.

나이키는 2020년 미국 아마존에서의 판매도 중단하고 자사몰에서 상품을 팔고 있다. 나이키의 판매전략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최대 신발 잡화점인 ‘풋락커’는 단일 브랜드의 매출 비중을 60% 이하로 관리하는 ‘탈나이키’를 선언했다. 리처드 존슨 풋락커 대표는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어떤 단일한 공급업체도 전체 매출의 60%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풋락커 전체 매출 가운데 나이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다.

‘나이키 쇼티지’ 여파로 20~30대에 인기가 높아 발매가격의 두 배 이상으로 팔리는 조던 등 인기 모델 등은 국내 신발잡화점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이키는 프리미엄 신발들은 직영점인 명동점과 강남점에만 소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나이키 신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브랜드 비중을 낮추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다른 브랜드를 들여와 나이키의 빈자리를 메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