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800억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예상한 2025년 국내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시장 규모다. 30조88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2020년 대비 약 22.4% 증가한 수치다. 이 덕분에 드릴과 랜치, 그라인더 같은 건설용 전동공구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밀워키와 디월트, 독일 보쉬, 일본 마끼다, 한국 계양전기 등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6일 준정부기관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따르면 한국 전동공구 시장은 2019년 약 7600억원에서 2024년 약 1조1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약 6.5% 성장할 전망이다. 노후주택이 많아 유지·보수 및 리모델링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실내를 새단장하려는 욕구가 더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지은 지 20년이 넘은 주택은 910만 가구로, 전체 주택 수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전동공구 시장은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동공구 시장 지배력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건 한국에서 후발주자 격인 미국 브랜드 밀워키다. 지난달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경품 추천 이벤트 ‘레드페스타’를 열고 1등 당첨자에게 자동차(쉐보레 콜로라도)를 증정해 주목받았다. 진행 중인 보상판매도 파격적이다. 디월트, 보쉬, 마끼다 등 다른 브랜드 전동공구를 반납하면 밀워키의 새 제품을 최대 50% 저렴하게 제공한다.
밀워키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채 10년이 안 되지만 ‘밀워키=힘’으로 인식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며 “작년 실적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고 올해도 비슷하게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보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30년, 디월트가 20년이 넘은 데 비해 밀워키는 8년째다. 세 브랜드 모두 역사는 100년 안팎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집 및 자동차 수리를 일반 소비자가 직접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동공구업계는 하나같이 체험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리점이나 건설 현장에서 공구 사용자를 대상으로 제품 체험 행사를 여는 식이다. 보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제한적이긴 하지만 수시로 오프라인 체험 행사를 열고 성능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공구의 핵심 유통 채널은 대리점 판매지만 실제 사용자와 직접적인 교류 및 소통의 장을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디월트는 전동공구를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체험해볼 수 있는 고객체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와 국적을 떠나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전동공구 제품이 대세인 건 공통분모다. 배터리와 모터 기술 등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무선 제품의 성능이 유선 제품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좋아진 덕분이다. 드릴 기준으로 무선 제품 비중은 2018년 50%를 넘은 이후 그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동공구의 무선화에 따라 성능이 좋아지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전동공구 시장에 적잖은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전문가는 “숙련된 개인들이 주도하는 전문가용 전동공구가 전동공구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체험과 소통, 제품 안정성이 시장 지배력 확대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