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일부 지역에 대규모 봉쇄령이 내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되고 있다. 올해 수출로 성장을 꿈꾸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수출 및 현지 진출에 심각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기 수출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며 전년 대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의료기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1% 늘어난 47억5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상위 10개 품목 중 진단용 시약을 제외한 9개 품목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약 33% 수출이 증가했다.
국가별 수출 비중은 미국이 가장 컸다. 전체의 13.5%인 6억4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수출은 10.9%로 5억1900만달러로 10.9%를 차지했다. 러시아 수출 비중은 1억800만달러로 3.9%였다. 코로나19 이전 주력 수출 품목이었던 임플란트 수출은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가장 빠른 회복세를 기록했다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과 함께 의료기기 수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변수다. 중국, 선전시·지린성 지역 봉쇄령중국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한 대규모 지역 봉쇄령을 실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0명을 목표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일환이다. 지난 14일 인구 1700만명인 선전시에 봉쇄령을 내렸다. 오는 20일까지 대부분의 공장 및 대중교통의 운영을 중단하고 도시를 떠나는 것을 금지했다. 15일에는 2400만명이 거주하는 지린성을 추가로 봉쇄했다.
중국 당국의 대규모 봉쇄 조치는 2020년 4월 후베이성 우한에 대한 봉쇄령을 해제한 이후 처음이다. 봉쇄령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에서는 한때 코로나19 백신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달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되고 있어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러시아의 의료기기 수입 비중은 약 70%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에 의료기기를 수출한 기업들 중 한국은 중국 독일 미국 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를 차지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대금 결제 등의 제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러시아 경제제재가 추가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존재한다”고 했다.덴티움 “중국·러시아 수출 전년보다 성장할 것”매출 중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 중이다.
덴티움의 작년 매출은 1681억원으로 전년 대비 48.1% 증가했다. 수출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러시아와 중국 매출 비중은 작년 3분기 기준으로 각각 58.4%와 7.1%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도 덴티움이 올해도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덴티움 측은 중국과 러시아의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회사는 올해 러시아 매출이 전년 대비 10% 중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플란트가 전략물자로 구분되지 않아, 추가적인 조치가 없다면 수출 및 대금 수령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중국에서는 1선 도시의 개원 치과를 중심으로 거래처를 확장하며 성장하고 있다. 2022년 중국 매출 성장률은 30% 중반대로 예상했다. 규모가 커진 만큼 전년 대비 성장률은 낮아지겠지만, 전체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는 일시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봉쇄 조치 당시에도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가장 먼저 시작됐지만 그로 인한 매출 영향은 길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덴티움 관계자는 “중국의 봉쇄 기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봉쇄령 해제 이후 이연수요로 인해 장기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앤씨바이오·레이 “중국 합작법인 설립 이상 無”합작법인 등을 통해 올해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인 의료기기 기업들도 봉쇄령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엘앤씨바이오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오는 7월 현지 공장을 완공하고 연내 의료기기 생산허가를 받는다는 목표다. 현재 공장 외관을 모두 짓고 실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중국 전역으로 봉쇄령이 확산된다면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재 중국 매출은 3% 내외며, 러시아는 진출하지 않아 전년 대비 실적에 미칠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도 중국 협력사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역시 봉쇄령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는 작년 말 합작법인 ‘레이차이나’를 설립했다. 중국 현지 유통업체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레이차이나를 통한 매출은 올 2분기 말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오플러스는 하이난성 의료관광특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중국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츠밍건강검진그룹과 함께 하이난성에 프랜차이즈 미용성형병원 1호점을 개설했다. 바이오플러스는 필러와 유착방지제 등 제품 및 소모품을 공급하고, 츠밍그룹은 중국 내 제품 사용에 필요한 인허가 및 운영을 맡는다.
하이난성에서의 특별수입허가는 상반기 내에 받을 계획이다. 이후 필러 제품은 하이난성에서의 임상 자료를 근거로 내년에 중국 본토에서 허가를 받겠다는 목표다.
바이오플러스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국가별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다“며 ”중국 및 러시아 매출에 일부 영향이 있더라도 다른 지역 매출에서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