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올해 전동화 전략 가속화를 위해 신규 공장 설립 등 투자를 확대한다.
랄프 브란트슈타터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6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2022 연례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해 올해 독일 츠비카우 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이후 독일 엠덴과 하노버, 미국 채터누가 공장에서도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폭스바겐은 본사가 위치한 독일 공장 중심으로 전기차 전용 공장 전환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미 폭스바겐의 최대 전기차 생산 기지인 츠비카우 공장에선 준중형 해치백 전기차와 ID.3와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가 생산되고 있다. 파사트·아테온 등이 생산되던 엠덴 공장은 앞으로 ID.4, ID.비전(콘셉트) 등 ID.브랜드 전기차 생산을 맡게 된다. 하노버 공장에선 전기 버스 ID.버즈, 채터누가 공장에선 ID.4가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독일 볼프스부르크 내 신규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 계획도 밝혔다. 볼프스부르크는 폭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투자금 20억유로(약 2조7110억원) 규모로 내년 초 착공이 예정됐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전기차는 ID.3가 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생산된다. 오는 2026년 출시 예정인 '트리니티'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트리니티는 폭스바겐의 신규 전기차 전용 플랫폼 'SSP'를 기반으로 한 플래그십(기함) 전기차다. 충전 시간이 짧고 1회 충전 시 700km 이상 주행 가능한 게 특징. 레벨4(전체 5단계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도 탑재된다.
폭스바겐은 또 '캠퍼스 샌드캠프'라고 불리는 새로운 연구기지 설립에 8억유로(약 1조876억원)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캠퍼스 샌드캠프는 폭스바겐 차량 개발·생산을 지원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연구기지를 통해 차량 개발 시간을 평균 25% 단축하는 게 목표다. 'SSP 플랫폼'과 트리니티 개발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처럼 폭스바겐이 신규 설비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건 전동화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4년까지 전동화 분야에 730억유로(약 95조원)을 투입해 2026년 전 세계에 판매하는 차량 4대 중 1꼴로 전기차로 채울 것이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전기차 인도량을 지난해보다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올 하반기 반도체 수급 상황이 한층 개선되는 점은 호재라고 봤다. 이에 따라 판매량, 영업이익, 매출 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알렉산더 자이츠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3년에 (전년 대비) 순이익률 6%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올해는 최대 4%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폭스바겐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비롯해 총 36만9000대의 전기차를 인도했다. 전년(2020년) 대비 73% 늘어난 수치다. 순수 전기차(BEV) 인도량은 2배 늘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ID.4, ID.5, ID.6(준대형 SUV) 3종의 전기차를 내놨다. 올해는 ID.버즈를 내놨다. 전기차 라인업이 한층 탄탄해지면 판매 확대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폭스바겐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로부터 자동차 핵심 부품 와이어링하네스(전선뭉치)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자 츠비카우, 드레스덴 등 독일 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