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해운사인 폴라리스쉬핑의 2대 주주 지분 매각이 임박했다. 2대 주주가 최대 주주 지분도 처리할 수 있는 질권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경영권 매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에이치PE가 매각하는 지분 22.17%의 인수 후보군이 국내 PEF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파인트리파트너스, APC 등 3곳으로 압축됐다. 매각 측은 내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앞서 올해 초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6~7곳이 참여했다.
인수 금액은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전체 기업 가치는 1조원 초반대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매각 실무는 삼정KPMG가 맡고 있다. 매각이 완료되면 에이치PE는 지분을 인수한 지 10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IB업계에서는 인수 후보들이 이번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향후 최대 주주와 동반 매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에이치PE가 폴라리스쉬핑 최대 주주인 폴라에너지마린의 지분(58.35%)을 처리할 수 있는 질권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실제 에이치PE는 앞서 최대 주주 보유 지분의 매각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 2대 주주 지분을 인수하는 곳은 질권도 승계받는다. 이 때문에 거래 가격도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해운업 업황이 개선된 점이 딜의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폴라리스쉬핑은 수익성이 높은 벌크선 부문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매년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다. 코로나 여파에도 물동량이 꾸준히 늘었고, 해상운임도 크게 상승한 덕분이다. 2020년 매출 8315억원, 영업이익 158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3분기까지 매출 7250억원, 영업이익 1280억원을 나타냈다.
앞서 에이치PE는 2012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폴라리스쉬핑에 투자해 지분 22.17%를 확보했다. 2019년부터 투자금 회수를 위해 다수의 PE와 물밑 협상을 벌였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베이스에이치디와 거래 종결 직전까지 갔으나 인수 후보 측의 자금 조달 문제로 막판에 깨졌다. 한수재 대표가 이끄는 에이치PE는 지난해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PE 부문이 분사해 설립된 국내 운용사다. 폴라리스쉬핑의 3대 주주인 이니어스-NH PE는 이번 지분 매각에 동참하지 않고 당분간 더 보유한다는 방침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