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칩셋(QRNG)을 장착한 스마트폰 ‘갤럭시 퀀텀’ 신제품을 다음달 선보인다. 특별한 보안 기능을 갖추고서도 가격을 낮춰 가성비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양자 보안 서비스 경쟁력에서 한발 앞서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전략이다.
1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르면 다음달 자사 단독 5세대(5G) 스마트폰인 ‘갤럭시 퀀텀3(가칭)’를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이 양자보안 관련 기술을 적용한 세 번째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했다.
신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M53’을 기반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으로 갤럭시A·M·F 시리즈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갤럭시M53은 갤럭시M 시리즈의 중저가 라인업이다. 그간 갤럭시M 시리즈는 국내보단 주로 인도 등 신흥 스마트폰 시장에 출시돼 왔다.
SK텔레콤은 그간 갤럭시 퀀텀 시리즈를 삼성전자의 중고급 단말기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2020년 출시된 ‘갤럭시 A 퀀텀(출고가 64만9000원)’은 ‘갤럭시 A70’로, 2021년 ‘갤럭시 퀀텀2(69만9000원)’는 ‘갤럭시 A82’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갤럭시폰 보급형 라인업은 알파벳 뒤에 붙는 10의 자리 숫자가 높을수록 성능이 좋고 가격도 비싸다.
갤럭시M53은 6.7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5000mAh(밀리암페어시) 대용량 배터리, 갤럭시 최초로 대만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00’ 프로세서 등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후면 1억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 120Hz(헤르츠) 화면 주사율 등 프리미엄 기능도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출고가는 50만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 폰을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퀀텀3는 일단 한국에서만 출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퀀텀 시리즈의 장점은 강력한 보안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가로 2.5㎜×세로 2.5㎜)의 QRNG 칩을 넣었다. 양자는 더는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로 중첩성·얽힘·불확정성 등의 특성을 가지는데, 양자 난수는 이런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만들어진 난수다. 일정한 패턴이 있어 역추적이 가능한 기존 일회용비밀번호(OTP)와 다르게 특정 패턴이 없다.
갤럭시 퀀텀 시리즈에 장착된 QRNG 칩은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OTP 난수를 생성한다. 이를 활용해 인증·금융·메신저 등 보안이 필수적인 서비스를 더욱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갤럭시 퀀텀2는 T멤버십·네이트온·원스토어·삼성카드·신한쏠·11번가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양자보안을 지원했다. QRNG 칩은 SK텔레콤과 양자암호통신 전문 자회사 IDQ가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기자간담회를 통해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글로벌 최상위권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갤럭시 퀀텀 시리즈 출시는 국내 시장에서 양자암호 생태계를 이끌기 위한 회사의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출시 전 제품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갤럭시 퀀텀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암호 보안 서비스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