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08년부터 14년간 사용한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명 ‘KINDEX’를 새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한다. 지난달 3일 취임한 배재규 한투신탁운용 신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 KINDEX라는 브랜드가 그동안 고객들에게 각인되지 못했기 때문에 10년 후를 바라보고 과감한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해 이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배 대표의 생각이다. 미국인 생애주기에 맞춰진 타깃데이트펀드(TDF) 전략도 한국인에게 맞게 다시 바꾸는 것을 검토한다. “AUM 아닌 신뢰 쌓겠다”
배 대표는 1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취임 후 첫 인터뷰를 하고 “AUM(운용 자산)을 쌓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한투운용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배 대표를 발탁했다. 삼성자산운용 부사장 출신인 배 대표는 “10년 뒤 한투운용이 업계 최고 자리를 되찾도록 하는 일이 자신의 미션”이라고 했다.
조직을 재정비해 AUM 기준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잇는 3위로 올라서는 것을 중간 목표로 삼았다. 현재 한투운용은 3위 KB자산운용, 4위 한화자산운용에 이은 5위다. 이를 위해 가장 성장성이 높은 ETF와 TDF 전략을 새롭게 짜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래 먹거리’인 ETF 부문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고 브랜드명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 있던 2002년 국내 처음으로 ETF를 도입해 업계에서 ‘ETF 아버지’로 통한다. 삼성은 KODEX, 미래에셋은 TIGER 등 운용사마다 ETF 브랜드명을 갖고 있는데, 한투운용은 KINDEX라는 ETF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다. 배 대표는 “KINDEX라는 기존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제대로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투운용이 패시브(지수 추종) ETF에는 KINDEX, 액티브(지수 추종+펀드매니저 운용) ETF에는 네비게이터라는 서로 다른 브랜드명을 붙인 것도 비판적으로 봤다. 배 대표 취임 후 네비게이터라는 이름을 없앤 것도 그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 KINDEX를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명을 정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는 “TDF 운용 전략을 자체 개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투운용은 미국 티로프라이스가 개발한 자산배분곡선(글라이드패스)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인의 생애주기에 맞춰진 전략을 국내에 들여와 활용하던 기존 전략 대신 한국인에게 맞는 한투운용만의 자산배분 방식을 마련하는 셈이다. 현재 대부분의 운용사는 해외 운용사의 전략을 들여와 TDF를 운용하고 있다. 패시브 시대 온다배 대표는 커지는 리테일 시장의 핵심 고객군을 2030세대로 보고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최대한 빠르게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했다. 시장의 주체가 기관에서 개인 중년층으로, 다시 2030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상품 차별화가 이뤄져야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봤다.
펀드매니저 개개인의 실력에 기대는 액티브 투자보단 패시브 투자 위주로 전략을 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배 대표는 “액티브 매니저가 투자 정보와 전략을 독점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액티브 투자를 통해선 더 이상 초과 수익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패시브 투자로는 고객 니즈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사업군 가운데 자산관리(WM) 부문에 역점을 두겠다고도 했다. “브로커리지, 투자은행(IB), 자기자본투자(PI)의 경우 매해 새롭게 바닥에서 시작해야 하는 시장이지만 WM은 한번 커진 규모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 축적의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증권, 은행 등을 중심으로 한 기존 금융지주들의 핵심 사업군이 WM을 중심으로 한 운용사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였다.
박재원/구은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