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타고 흐르는 기타 선율…동서양 경계 허문 음악의 향연

입력 2022-03-15 17:21
수정 2022-03-16 00:18

‘아란후에스 협주곡’의 클래식 기타 선율이 국악 반주를 타고 흐른다. 황병기의 가야금 독주곡 ‘춘설’은 하프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오는 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국악관현악단(사진)의 ‘역동과 동력’ 연주회에서다.

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은 20세기 최고의 기타 협주곡으로 꼽힌다. 어릴 때 실명한 작곡가가 마음의 눈으로 아란후에스 궁전을 바라보며 옛 스페인의 영화(榮華)에 대한 회고와 향수를 담은 작품이다. 2악장의 도입부 주제 선율이 KBS 토요명화 시그널 음악으로 쓰여 더 친숙한 곡이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국악계 신예 작곡가 이고운이 기타와 국악관현악을 위해 편곡한 버전을 초연한다. 스페인 알람브라 콩쿠르 등 국제 콩쿠르에서 아홉 차례 우승한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호흡을 맞춘다.

이고운은 “작품 전체를 국악기로 연주하기 적합한 조성으로 바꾸고 서양의 트릴(꾸밈음)과 트레몰로(음을 떨리는 듯이 되풀이함) 주법을 국악 특유의 장식음인 시김새로 변경했다”며 “2악장에 흐르는 잉글리시 호른은 피리, 생황, 대피리, 대금 등의 음색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춘설’은 황병기의 첫 번째 개량 가야금 독주곡으로, 눈이 오는 이른 봄의 마을 풍경을 묘사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작곡가 손다혜가 하프와 국악관현악을 위해 편곡한 버전을 연주한다. 김희조가 1994년 편곡한 가야금 협주곡 ‘춘설’을 바탕으로 했다.

손다혜는 “가야금과 달리 양손으로 줄을 뜯고 튕길 수 있는 하프의 특성을 반영해 작품 전체를 다듬었다”며 “춘설의 선율을 주제로 한 카덴차를 새롭게 추가했다”고 소개했다. 하피스트 황세희가 협연한다.

새롭게 편곡한 두 곡의 국악 협주곡도 무대에 오른다. 먼저 가야금 명인 지순자가 성금연류 가야금산조 협주곡 ‘삶’을 협연한다. 성금연 명인의 산조에 작곡가 이정호가 국악관현악을 새롭게 덧입혔다. 정대석의 거문고 협주곡 ‘고구려의 여운’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거문고 명인 정대석이 고구려의 힘찬 기상과 용맹성을 표현한 거문고 중주곡에 생황과 타악기 등을 추가해 웅장함을 더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관계자는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주자들의 역동적인 협연 무대를 통해 한국 창작 음악의 새로운 동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