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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유가가 14일(현지시간)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전쟁 공포가 줄어들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도 하락했다. 채권 가격 역시 떨어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전쟁 리스크 감소로 15~16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시장금리 급등에 중국 빅테크주들의 추락까지 겹쳐 나스닥지수는 급락했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할 것 없이 주요 자산 가격이 동반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1주일 새 유가 30% 급락이날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8% 떨어진 배럴당 103.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99.76달러까지 하락하며 100달러 선이 무너졌다. 15일엔 98달러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같은 날 5월물 브렌트유도 장중 90달러대로 하락했다.
유가는 지난달 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7일 14년 만에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이 재개되고 휴전 얘기까지 나오면서 가격 상승세가 멈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현지 언론에 “1~2주 내 러시아군이 철수하고 5월 초 이전에 평화 합의에 이를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발 수요 감소 소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가 전면 봉쇄됐다. 이로 인해 애플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선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대만의 또 다른 애플 공급업체인 유니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선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지린성 성도인 창춘도 봉쇄 조치에 따라 5개 자동차 생산공장의 조업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의 경제 수도인 상하이에서도 준봉쇄 수준으로 방역이 강화됐다. 퇴출 위기에 중국 빅테크주 10%↓전쟁 리스크 감소로 금값도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2% 내린 트로이온스당 1960.80달러에 마감했다.
채권시장엔 긴축 공포가 확산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에 합의하면 미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크지만 올해 금리 인상이나 양적긴축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4.7bp(1bp=0.01%포인트) 올라 연 2.145%를 기록했다. 2019년 6월 이후 최고치다.
금리가 폭등하면서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4% 떨어졌다. 중국 봉쇄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애플 주가는 2.7% 하락했다. 퀄컴(-7.3%)과 마벨(-4.5%) 등 반도체주도 큰 폭으로 밀렸다.
중국 빅테크주들은 뉴욕증시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 속에 급전직하했다. 징둥닷컴이 10.5% 급락했으며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각각 10.3%, 8.4% 떨어졌다. 세 종목 모두 종가 기준으로 52주 신저가다. 연초와 비교하면 알리바바는 27%, 바이두는 20% 하락했다.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외국회사문책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바이지선저우 등 5개 중국 기업을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동안 미국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를 직접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주권을 앞세워 자국 기업들이 직접 조사에 응하는 것을 제한해왔다. 이에 미국은 2020년 말 미국 회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게 한 외국회사문책법을 도입했다.
JP모간은 “높아지는 지정학적, 거시경제적 위협 탓에 많은 글로벌 투자자가 중국 인터넷 부문에 대한 투자 등을 줄이는 중”이라며 “특히 알리바바는 단기적인 투매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정인설/뉴욕=김현석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