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적자를 겨우 면해온 국내 한 5성급 리조트는 최근 이용객이 딱히 늘지 않았는데도 월 3억원가량 영업이익을 내는 ‘턴어라운드’를 했다. 매달 2억원대 손실을 내던 다른 3성급 호텔은 월 3000만원 이익을 보고 있다. 스타트업 H2O호스피탈리티를 통해 운영 전반을 디지털로 전환(DX)한 덕분이다.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34)는 “예약, 매출 관리, 프런트 데스크 운영 등을 자동화하는 것만으로도 수익률이 확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호텔 예약·매출 관리 자동화H2O호스피탈리티는 한국·일본·베트남·태국 등에서 자체 호텔·리조트 운영 관리 플랫폼을 통해 숙박시설 DX를 돕고 있다. 기존 호텔은 여행사와 온라인 플랫폼, 자체 웹사이트 등 판매 채널별로 예약을 받는다. 문자메시지,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들쭉날쭉하게 예약 정보가 들어오면 직원이 이를 취합해 일일이 기입하는 식이다. H2O호스피탈리티의 시스템을 통하면 이를 온라인으로 한번에 관리할 수 있다.
호텔 운영의 ‘꽃’으로 통하는 매출 관리 분야도 그렇다. 그간 호텔에서 이뤄지는 계절별 행사(프로모션)나 시기별 객단가 조정 등은 연차 높은 직원들의 노하우와 감 위주로 이뤄졌다. 판매 채널마다 행사 정보를 갱신하는 작업도 모두 수동이었다. 이 대표는 “매출 관리를 데이터베이스(DB) 기반 자동화 구조로 바꾸면 성수기 마진율 조정 등을 훨씬 정확하게 할 수 있다”며 “자동화 이전 2주짜리 프로모션 준비에 2~3일이 들었다면 이를 2분 내에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DX는 호텔과 이용객 모두 ‘윈윈’하는 길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자체 DB 분석을 통해 호텔 주중 객실 이용률을 높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 이전 주중 호텔 투숙객은 대부분 기업의 출장자였다. 하지만 최근 비대면 근무가 늘어나면서 이 수요가 뚝 끊겼다. 이 대표는 “공장·물류라인 근로자 등 주간교대 근무를 하는 이들의 주중 호텔 수요가 높다는 점을 포착해 기업 간 거래(B2B) 전용 할인율을 개인 거래에도 적용했다”며 “투숙객들은 평균 30% 할인받고, 호텔은 주중 빈 객실이 없어지는 효과를 누렸다”고 말했다. 오라클에도 연동…‘세계 공략’H2O호스피탈리티는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했다. 작년 3월 7500실 규모였던 DX 위탁운영 객실 수는 이달 초 기준 1만5000실로 늘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엔 여행·레저산업이 워낙 호황이라 기존 방식을 바꾸려는 곳이 많지 않았다”며 “반면 이젠 ‘숨만 쉬고 있어도 손실이 날 지경’이라며 운영 효율화에 나서는 호텔·리조트가 급증했다”고 했다. 그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차세대 소비 권력으로 부상하면서 D2C(소비자직접거래)를 추구하는 호텔이 늘어난 것도 주효했다”며 “자체 자동화 시스템을 쓰면 플랫폼 기업 의존도를 줄여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2O호스피탈리티의 시스템은 이달 초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 오라클의 호텔 관리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정식 연동 승인을 받았다. 아시아에선 최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5성급 호텔 관리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엔 베트남 시장 확장을 위해 현지 프롭테크 기업에 투자했다. 이 대표는 “세계 숙박·레저 분야 운영체계를 바꾸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모건스탠리 홍콩지사에서 5년간 일하다 H2O호스피탈리티를 창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