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주주들에게 '에스파' 친필 사인 뿌리는 까닭

입력 2022-03-15 17:06
수정 2022-03-16 14:09
이 기사는 03월 15일 17: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신임 감사 선임을 놓고 표대결을 앞둔 상황에서 회사 측 추천 감사후보를 선임하기 위한 행보다. SM엔터는 소속 아티스트인 에스파의 친필 사인까지 제시하면서 기관 표심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M엔터는 이달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약 5만7000여명에 달하는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을 방문하며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있다. 회사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한 투자자설명회(NDR)을 열고 의결권을 위임할 경우 SM엔터 내 아티스트인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친필 사인까지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행사를 통해 소액주주들을 직접 방문해 위임 의사를 묻고 있다. 일각에선 2015년 앨리엇과 분쟁 과정에서 삼성물산 직원들이 수박을 들고 소액주주들을 방문한 사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전평도 나온다.

SM엔터가 주주 표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사모펀드(PEF)운용사인 얼라인파트너스 측과 감사선임을 둔 표대결을 앞두고 있어서다. KKR 출신 이창환 대표가 설립한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의 지배구조 개편을 주장하며 곽준호 케이씨에프테크놀러지스(현 SK넥실리스) 전 CFO를 신규 감사 후보로 추천했다.

SM엔터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배당에 나선 데 이어 즉각 임기영 한라그룹 비상근 고문을 감사 후보로 내세워 대응에 나섰다. 임 고문은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9년부터 약 4년간 대우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기존 SM엔터의 감사는 이강복 감사가 2016년 선임 이후 현재까지 연임해 왔다. 이 감사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 서울대 동문이자 장기간 한국문화산업포럼 공동대표를 함께 지내는 등 최측근 인사로 분류 돼 독립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 지배구조에 취약점으로 꼽혀온 이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으로의 일감몰아주기 문제도 재점화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과거 KB자산운용 등 여러 기관들도 라이크기획과의 단절을 요구해왔지만 SM엔터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가 이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20년 넘게 지속 중인 프로듀서 용역 계약을 종료해야한다고 다시 한 번 주장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의 저평가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서 용역 계약 문제”라며 “에스엠은 지난해 3분기까지 181억원을 라이크기획에 인세로 지급하는 등 상장 후 현재까지 총 1427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히며 회사 측에 공개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다.

SM엔터 입장에선 회사의 회계장부 열람권을 보유한 감사선임을 얼라인파트너스 측에 넘길 경우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문제 등을 외부에 노출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소수주주들이 이수만 프로듀서의 책임을 묻고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는 등 경영권 분쟁에 나서는 걸 사전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