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 정권 교체를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우리 대통령님”이라며 적대시하지 않았다. 이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관계가 집권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온건한 메시지를 꾸준히 내왔다”며 “16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면담도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을 향해 꼬박꼬박 “우리 대통령님”이라고 존대하면서 친근함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 대통령의 당선 축하 난을 받는 자리에서도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대통령님을 찾아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사석에서 대화할 때도 본인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임명권자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는 전언이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을 둘러싼 운동권 586세대 정치인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한다. 이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정권 수사를 한 검사를 무더기로 좌천시키는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대선 당시 고발 사주 의혹이나 배우자인 김건희 씨에 대한 네거티브 공방 등을 거치면서 이들 인사에 대한 적대감은 더 커졌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달리 대하는 윤 당선인의 태도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내 586 정치인, 친이(친이재명)와는 거리를 두면서 민주당 주류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무재인) 세력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맞닥뜨릴 여소야대 국면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