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밀 1만4000톤 사들이는 정부…자급률 어떻길래 [강진규의 농식품+]

입력 2022-03-15 11:00
수정 2022-03-15 11:07

정부가 올해 국산 밀 1만4000톤을 사들인다. 밀 생산기반을 확충해 국제 곡물가 급등에 따른 식량 위기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2022년 국산 밀 비축계획을 발표했다. 밀 비축물량은 1만4000톤으로 정했다. 작년 8401톤에 비해 66.6% 매입량을 늘린다. 2년 전 853톤에 비해서는 16배 많은 것이다.

매입 품종은 금강, 새금강, 조경, 백강 등 4개 품종이다. 농식품부는 농가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는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은 일반 양호 등급 기준 40kg당 3만9000원으로 정해졌다. 보통 등급은 3만5100원으로 일부 감액된다.

친환경 밀은 이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 매입한다. 유기 농산물로 판정된 밀은 40kg당 4만4000원, 무농약은 4만1500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밀 비축량을 확대하면서 매입 방식도 개선하기로 했다. 매입 시기는 작년보다 1개월 앞당긴다. 장마 중 보관과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수확 직후인 6월에 매입을 시작한다.

건조 및 저장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밀도 매입하기로 했다. 인근의 지역농협 건조장에서 밀을 말린 후 정부가 매입하는 방식이다. 비축밀의 단백질함량 검사도 무료로 제공한다. 1톤단위로 매입해 처리가 곤란했던 자투리 물량도 이번에는 모두 매입하기로 했다.

비축된 밀은 공공비축제도 취지에 따라 양곡 부족 등 비상시에 대비해 보관된다. 평시에는 국산 밀을 활용한 신수요 창출을 위해 국산 밀 이용 식품기업에 공급된다. 정부는 국산 밀 수요 확대를 위해 지난해 말 아이쿱 생협, 에스피씨(SPC), 국산밀산업협회와 소비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올해부터는 기업을 대상으로 국산 밀 유통·제분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정부가 국산 밀 산업 육성에 나서는 국민의 밀 소비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자급률은 하락하고 있어서다. 1인당 밀 소비량은 지난 2020년 기준 33kg였다. 자급률은 0.8%에 그쳤다. 국민이 먹는 각종 밀 생산품 중 264g만이 국산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며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도 정책의 추진동력이 되고 있다. aT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수입하는 밀과 옥수수, 콩은 전체 수입량의 10%에 해당한다. 이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나타나면서 국제 곡물가가 크게 뛰고 있다.

김보람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최근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식량작물 수급 안정과 식량안보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국산 밀 비축 확대와 더불어 전문 생산단지 조성, 건조?저장시설 설치 등 밀 주산지 생산기반 확충과 국산 밀 계약재배 지원 등 소비기반 마련 등 밀 자급률 제고를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