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 5년새 50% 급증…英 대학에 돈 쏟아붓는 中

입력 2022-03-15 07:56
수정 2022-03-15 07:57


영국 리버풀대는 자원하는 학생에 한해 중국 상하이 인근 제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맨체스터대는 9개 중국 대학과 연구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대학은 영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공자학원도 운영 중이다. 공자학원은 해외에서 중국어 교육과 문화 전파를 담당하는 중국 교육부 직속 기관이다. 글래스고대와 셰필드대 등 영국 명문대 재학생 중 15%는 중국인 유학생이다.

영국 대학의 중국 자본 의존도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영국 대학의 학부 또는 대학원 과정에 등록한 중국인 유학생은 14만여 명으로 5년 전보다 약 50% 급증했다. 유럽연합(EU) 출신을 제외한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3분의 1은 중국인 학생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내는 등록금은 25억파운드(약 4조 원)로 전체 유학생 등록금(70억 파운드)의 약 33.3%를 차지한다. 영국 대학 총수입의 약 6%에 해당하는 규모다.

외국인 유학생이 내는 등록금은 영국 대학의 주요 수입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의 대학생 1인당 지출액은 최근 몇 년 간 제자리걸음이다. 지난달 영국 교육부는 자국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2년간 동결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영국 대학들의 연구비 의존도 또한 커지고 있다. 2000년 중국과 영국 양국 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논문은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9년 이는 11%로 증가했다.

영국 대학들이 중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보수당 정부가 영국과 중국의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당시 영국 정부는 중국 투자에 가장 개방적인 국가가 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가 점점 권위주의를 강화하면서 영국 대학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자본의 간섭이 영국 대학 안팎에서 학문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영국 학계에서는 대학 내에서 천안문 티베트 대만처럼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일 만한 주제에 관한 논의가 자유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자학원은 '공산당 체제·이념의 선전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팅엄대에서는 중국 관리들의 거센 항의로 대만 출신 연사의 초청 강연을 취소해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국인들의 정착을 돕는 중국학인학자연합회는 대학 내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의실에서의 토론도 자유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엑서터·옥스퍼드·포츠머스대 연구진이 2020년 영국 내 사회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명 중 2명은 중국인 학생을 가르칠 때 자기검열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옥스퍼드대는 중국과 관련된 민감한 주제에 관한 논문을 제출하는 학생들의 익명성을 보장해주고 있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영국 정부와 고등교육 협회는 영국 교수들의 중요한 연구 자료가 중국 정부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지침을 마련했다. 제시 노먼 영국 보수당 의원은 자국 대학들이 외국 기관과 5만 파운드(약 8000만원) 이상의 연구 계약을 맺을 때 교육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