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자금조달 새 위기…‘고유가발 현금흐름 악화’

입력 2022-03-15 08:34
이 기사는 03월 15일 08: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유가가 국내외 항공산업의 재무안정성에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여행 수요가 회복하더라도 큰 폭의 현금흐름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수의 미국 항공사 신용스프레드(국채 금리와의 차이)는 최근 작년 봄 이후 최고를 경신했다. 2025년 5월 만기를 맞는 사우스이스트항공 회사채의 경우 거래금리가 연 3.3%까지 상승하면서 스프레드가 약 1년 만에 최고인 1.5%포인트에 근접했다.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Baa1(안정적)’이다.

비슷한 만기의 델타항공 스프레드는 연 2.0%포인트를 돌파했다. 신용등급은 투자적격등급 최하단에 해당하는 ‘Baa3(안정적)’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항공운송 기업들의 신용스프레드가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 발생 당시보다 크게 벌어졌다”라면서 “크레딧(회사채) 시장 전반이 약세를 보였지만 유가 급등으로 인해 가장 약세를 보인 섹터”라고 말했다.

고유가 탓에 주요 항공사들의 실적이 다시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투자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홍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가운데 항공운송 기업들의 영업현금 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며 “하이일드(비우량 회사채) 발행기업 중심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많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금리상승도 다른 산업보다 항공산업에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산업별 금리상승 영향 조사를 토대로 항공운송업의 이자비용 부담 증대가 재무안정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추정했다.

안희준 한신평 연구위원은 “몇 가지 금리상승 환경을 가정해본 결과 항공운송업은 내년과 내후년에 모두 재무안정성 비율(상각전영업이익/이자비용) 악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적용 금리는 2022년에 2021년 평균값 대비 1%포인트가 높아지고, 2023년엔 여기서 0.25%포인트가 더 오르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base case)로 가정했다.

각사의 2022년과 2023년 실적은 자체 산업 전망 등을 적용했다. 분석 대상 기업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