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 국정과제로 ‘청와대 개혁’을 제시했다. 14일 서울 통의동 집무실 첫 출근 일성으로 ‘대통령실(청와대) 내 민정수석실 폐지’ 의사를 밝히면서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의 사정·정보수집 기능 자체를 없애겠다고 했다. 청와대를 축소하고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통해 내각에 힘을 싣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때 청와대 인력 30% 감축, 청와대 명칭을 대통령실로 변경, 광화문으로 대통령실 이전 등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尹 “민정수석실, 정치 반대세력 통제”윤 당선인은 이날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과 차담회를 하고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차담회는 당선인과 인수위원장 등이 만난 첫 공식 자리였다.
윤 당선인은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과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신상털기와 뒷조사도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청와대가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 등에 개입해, 이들 기관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동원해왔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특히 민정수석실 폐지 추진은 검찰의 독립성 확보를 강조해온 윤 당선인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청와대의 검찰 통제를 끊어내겠다고 강조해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을 가릴 것 없이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검찰인사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검찰의 ‘정치검찰화’가 심각해졌다는 게 (윤 당선인의) 문제의식”이라며 “비대화된 청와대 권력의 한 축을 내려놓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에 따라 오로지 국가 안보, 국민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발언”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당선인 구상의 일부분을 피력한 것으로, 앞으로 인수위 논의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정치개혁 아젠다 중 하나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관합동위원회가 중심윤 당선인은 대통령실을 정책 역량을 강화한 ‘슬림화된 전략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제가 지향하는 대통령실은 사정 기능을 없애고 오로지 국민을 받들어 일하는 유능한 정부”라며 “정책 아젠다를 발굴하고 조정·관리하는 데에만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수석비서관 제도도 폐지할 방침이다. 청와대가 그동안 수석비서관 등을 통해 부처 위에 군림하면서, 정부의 효율적 운영에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게 윤 당선인의 시각이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기존 청와대가 부처 위에 군림해 권력을 독점하면서 국가적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미래 준비에 소홀했다”며 “조직 구조와 일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 등 내각에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내각제의 요소가 가미된 대통령 중심제라는 헌법정신에 충실하게 정부를 운영하겠다”며 “각 부처 장관에게 전권을 부여하되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하는 ‘분권형 책임장관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석비서관이 사라지는 대통령실은 정예화된 참모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가 중심이 된 조직이 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특히 정치인과 관료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 설계에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민간 인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게 윤 당선인의 생각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인사와 관련, “공무원만 하다 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느끼기 어렵다”며 “기업 경험 등이 있으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의 전체 규모도 축소된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기존 인원의 30%를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