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러시아 사업 자문 요청 쇄도…로펌업계 "어려워도 우회거래 금물"

입력 2022-03-14 17:38
수정 2022-03-15 00:28
“러시아에 공장을 짓고 있는 건설사입니다. 프로젝트를 계속해도 문제없을까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국제 사회가 대거 경제 제재에 나선 가운데 러시아는 ‘비우호국가’ 지정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연관 기업이 직간접적 타격을 받는 실정이다. 러시아에 진출해 있거나, 거래량이 많은 기업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 로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5대 로펌 가운데 김앤장, 광장, 세종이 러시아 제재 특별 전담팀 등을 만들어 기업 자문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태평양은 기존 제재팀과 관세통상그룹, 율촌은 러시아중앙아시아팀 등이 자문에 나섰다.

미국은 국제 사회의 질서를 해치는 일이 생길 때마다 해당국을 상대로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로펌 관계자들은 “과거 이란 제재, 미얀마 제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상명 김앤장법률사무소 러시아 제재 대응팀 변호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송금부터 시작해 빠른 속도로 제재가 쏟아지고 있어 기업으로선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계약마다 내용이 다르겠지만, 러시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건설업체 등은 국제 중재를 포함해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지정한 기술이나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물품을 러시아에 팔 수 없게 만든 해외직접생산품규정(FDPR) 조항과 관련된 질문도 많다. 김동은 법무법인 광장 대표 변호사는 “한국이 FDPR 면제 국가로 지정되긴 했지만, 외국에 생산 공장이 있다면 해당 공장이 있는 국가의 FDPR 면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 관계자는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한 이후 가격이 폭락한 루블화로 대금을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자문 요구가 늘고 있다”고 했다.

로펌들은 “상황이 어렵다고 섣불리 ‘우회 거래’를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동찬 율촌 변호사는 “제재가 확대되자 이를 우회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기업도 있다”며 “미국 정부가 ‘제3국 우회 거래’ 등을 기만적 행위로 못 박고 제재 대상으로 정한 만큼 섣불리 진행하면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