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인 로리(35·아일랜드·사진)가 ‘지옥의 17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동료들을 대신해 복수에 성공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달러) 3라운드에서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날 17번홀 핀을 123야드 지점에 꽂았다. 그린 왼쪽 앞에 있었기 때문에 공격적인 샷을 하기보다는 돌아가는 게 현명했다. 하지만 로리는 핀을 향해 공을 쐈고, 공은 핀을 살짝 지난 지점에 떨어졌다가 백스핀 때문에 뒤로 구른 뒤 홀 안으로 사라졌다. 이 홀에서 기록한 열 번째 홀인원이자 2019년 대회 이후 2년 만에 나온 홀인원이다.
호수 한가운데에 자리한 ‘아일랜드홀’인 17번홀은 난도가 너무나 높아 ‘공의 무덤’으로 불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천후 때문에 예년보다 난도가 더 높아졌다. 이날 열린 2라운드 잔여 경기 17번홀에서 나온 버디는 2개가 전부였다. 2라운드가 끝난 뒤 17번홀에 빠진 공은 29개에 달했다.
심리적인 압박을 이겨낸 로리가 홀인원을 기록하자 골프장 전체가 들썩일 정도의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같은 조에서 경기한 이언 폴터(46·잉글랜드), 캐디들과 함께 세리머니만 1분 가까이 한 로리는 “골프라는 종목에서 매우 상징적인 홀로 꼽히는 이곳에서 홀인원을 하게 된 건 멋진 일”이라며 “지금은 꺼둔 스마트폰에 얼마나 많은 축하 메시지가 와 있을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로리는 홀인원을 포함해 14개 홀에서 4타를 줄여 공동 11위로 올라섰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이날 열린 잔여 2라운드에선 우승 후보로 꼽히던 스타 선수들이 대거 짐을 쌌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세계랭킹 2위 콜린 모리카와(25), 7위 잰더 쇼펄레(29), 18위 브룩스 켑카(32·이상 미국) 등이 커트 탈락했다. 모리카와는 1라운드에서 73타, 2라운드에서 75타에 그쳐 이틀 연속 오버파를 적어냈다. 쇼펄레는 2라운드에서만 6타를 잃었다. 18번홀(파4)에서의 티샷 실수 등 이 홀에서만 3타를 잃은 게 뼈아팠다. 조던 스피스(29·미국), 애덤 스콧(42·호주)도 집으로 돌아갔다.
한국 선수로는 3라운드 11개 홀을 치른 임성재(25)가 합계 1언더파 공동 45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임성재는 “코스가 어렵고 바람도 강해 타수를 지키기만 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남은 경기에선 티샷에 집중해 두 번째 샷을 편한 데서 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경훈(31)은 3라운드 15개 홀에서 2타를 잃고 합계 1오버파 공동 57위로 밀렸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