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150억 '보수한도' 올해는 틀리다?…오락가락 국민연금

입력 2022-03-14 14:03
수정 2022-03-14 14:16

국민연금이 네이버의 이사 보수한도에 반대표를 던졌다. 보수한도를 전년과 동일한 150억원을 유지하는 안건이었으나 국민연금은 경영성과에 비해 과하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엔 같은 금액의 보수한도 안건에 대해 찬성해, 똑같은 사안을 두고 1년 사이에 의견을 달리한 셈이 됐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 이사보수한도액을 150억원으로 확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총 7명의 이사에게 지급하는 금액이다. 이는 전년도 이사보수액과 동일하다.

네이버의 이번 보수한도 안건을 두고 국민연금은 경영성과를 감안할 때 과도한 보수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 기본원칙인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33조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이사회가 제시한 이사 보수한도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회사의 규모 및 경영성과 등을 감안해 과다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반대할 수 있다고 적시 돼 있다. 실제 국민연금 측은 "네이버의 이번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추어 과다하고, 보수금액이 회사 규모와 경영성 대비 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태라는 비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네이버가 지난해 큰폭의 실정 성장을 이뤄냈으며, 지난해 같은 조건의 보수한도 안건에는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성과라는 설명과 달리 네이버 실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1550억원을 기록했다. 다음해부터 2년 연속 1조2153억원, 1조325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액과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2019년 4조3562억원이던 매출액은 다음해부터 5조3041억원, 6조8175억원으로 대폭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순이익은 지분법손익과 금융수익 등이 크게 늘면서 매출을 뛰어넘는 16조4776억원을 달성했다.

일각에선 보수 지급액과 한도액 간 괴리가 큰 것을 두고 문제를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이사보수한도 150억원 가운데 70억원을 이사진에게 지급했다. 2019년과 2018년에도 같은 한도(150억원)에 각각 64억원, 48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기업이 이사 보수 한도액을 실지급액 대비 과도하게 높이는 이유를 두고, 이사회가 이사 보수를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도록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 기업은 통상 이사 보수 한도에 대해서만 주주들이 승인하는 '총액승인제도'로 운영된다. 실제 이사들이 받는 보수는 이사회나 권한을 위임받은 위원회가 결정한다.

이는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충분히 높게 잡아놓으면 이사회 등이 자의적으로 보수를 지급하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동시에 국민연금 같은 비경영진 주주나 소액주주는 이사 보수를 견제하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주주권도 약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보여주기식 행태라는 비판은 피해 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조건의 보수한도에는 찬성표를 던졌음에도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갑작스럽게 반대표를 던진 것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로 던져도 보수한도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네이버 보수한도 안건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시해도 원안대로 가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