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징후가 한·미 군 당국에 의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북 정찰 자산을 한반도에 집중 배치했다. 기상 상황 등이 발사 일정의 막판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ICBM 도발을 감행할 경우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노선으로 급선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14일 “발사 시기를 예단하긴 그렇지만 한·미 정보당국은 추가 발사 가능성 대비해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한 내 주요 시설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에 나설 무기로는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이 유력하게 꼽힌다. 2단 추진방식의 엔진과 다탄두(MIRV) 형태의 탄두부를 지닌 화성-17형은 최대 사거리가 1만3000㎞ 이상으로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든다.
현재 미사일 발사 관련 징후는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이용해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 움직임에 미국은 정찰 자산을 총동원해 대북 감시에 나섰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 RC-135V(‘리벳 조인트’)가 이날 서해와 수도권 일대 상공을 왕복 비행하며 대북 정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공정찰기인 U-2S(‘드래건 레이디’)가 정찰 임무를 마친 뒤 오산 미군기지에 착륙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지난 주말에도 미 해군 P-8 초계기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접 상공을 장시간 비행했고, 미 공군 특수정찰기 RS-135S ‘코브라볼’도 동해 상공에 출격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7일부터 서해 일대의 정찰·감시 및 탄도미사일 대비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가장 큰 변수는 기상 상황이 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양 일대는 이날 오후까지 비가 내린 뒤 흐린 날씨를 보였다. 15~16일엔 한때 구름이 많이 끼지만 비는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통상 북한이 맑은 날 미사일을 발사했고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인 만큼 최상의 기후 조건을 선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화성-17형을 최대 사거리로 발사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도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 때와 마찬가지로 초강경 노선으로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앞선 두 차례 도발도 비행거리를 줄이는 등 궤적을 속인 신형 ICBM 시험발사인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북한은 현재 ICBM 발사 뿐 아니라 현대아산이 투자한 금강산의 해금강호텔을 해체하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를 복구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북한이 현재 만지작거리고 있는 핵실험과 ICBM 도발은 미국이 설정한 사실상의 ‘레드라인’이다.
미국은 중국에도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0일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통화하고 중국이 북한의 잇단 도발 행위에 대해 공개 규탄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앞서 지난 11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지원한 러시아인 2명과 러시아 국적 기업 3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며 압박에 나선 상태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