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자립'을 내건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중국의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산업의 전체 매출 규모는 1조500억위안(약 204조2500억원. 1위안당 194.8원)으로 전년 대비 18.2% 늘었다. 이는 지난 3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제조 부문은 24.1% 늘어난 3176억위안으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중국이 강점이 있는 설계 부문의 매출은 19.6% 증가한 4519억위안, 패키징 및 테스트 부문의 매출은 10.1% 증가한 2763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상하이의 시장분석업체 IC 와이즈는 중국 반도체산업이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는 3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것인가 △일본이 미국에 동조해 반도체 소재와 장비 판매를 제한할 것인가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얼마나 늘릴 것인가 등이다.
중국 정부는 미·중 기술패권 전쟁 가운데 반도체 자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과 정부 구매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중국이 지난해 28건의 반도체 공장 신설 프로젝트를 내놨으며, 총투자액은 260억달러에 이른다고 집계됐다.
정부의 정책은 민간 부문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증권일보에 따르면 올들어 81곳의 상장사가 인수·합병(M&A)을 위한 사모펀드를 조성했으며, 이 가운데 60% 이상이 반도체 부문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IC 와이즈는 M&A펀드 덕분에 더 많은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 내 반도체 생산량은 3594억개로 전년 대비 33.3% 급증했다. 금액 기준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538억달러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반도체 수입은 4326억달러로 23.6% 증가했다. 수출이 빠르게 늘긴 했지만, 여전히 수입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SCMP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는 여전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