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무기화에 산업계 '공포'…올해 에너지 수입액 사상최고

입력 2022-03-13 17:34
수정 2022-03-14 01:0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원 패권주의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등 주요 원자재 생산국은 자국 안보를 명분으로 각종 에너지와 식량 수출을 금지하는 ‘자원무기화’에 나섰다.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3억4996만달러(약 41조25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81억2919만달러) 대비 84% 급증했다.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수입액(1333억6422만달러)은 수출액(1280억7405만달러)을 웃돌아 52억9016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났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액에서 3대 에너지원이 차지한 비중은 25%로, 이 또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전체 수입액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20% 안팎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러시아 제재와 글로벌 물류대란까지 겹치면서 더 치솟을 전망이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가스 석탄 수입을 금지하자 러시아도 곡물과 비료 수출을 중단하는 ‘맞불’을 놨다. 우크라이나도 전쟁 여파로 밀 수출을 금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보리 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식량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등 다른 자원부국도 잇달아 니켈 리튬 등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자원 패권주의가 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글로벌 자원전쟁은 개별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이 체감하는 원자재난은 공포 수준”이라며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자원개발 사업을 등한시한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적극적인 자원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