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달 업체 간 가격경쟁을 유도해 배달비를 인하한다는 취지로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은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내용이나 형식을 꾸준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는 지난달 ‘2월 배달비 시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난달 12~13일 점심 시간대를 기준으로 서울시 자치구별로 인구가 가장 많은 1개 동의 특정 주소지에서 프랜차이즈 업체의 치킨·분식을 주문한 경우 거리별 배달비가 비교돼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선 배달비 공시제가 시행된지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제공되는 정보도 부실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배달 앱을 주 3~4회 이용하는 표재우 씨(25)는 “차라리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몇 곳을 기준으로 ‘OO치킨은 OO앱으로 시켜먹는 게 저렴하다’는 식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게 소비자에게 더 유용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측도 “공시제 시행 후 배달비나 주문 건수 등에 변화가 없다”며 “시장에 큰 변화가 없는 만큼 배달비 공시제 시행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정부가 배달비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접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배달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가게의 점주라면 배달비 부담을 더 지더라도 판매량을 늘리려 할 것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더 부담하게끔 할 것”이라며 “이해당사자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정보 제공만으로 배달비 인하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달비는 주문 당일의 날씨나 배달기사 수에 따라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만큼 월 1회 조사 및 발표가 되레 정보를 왜곡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단협은 시범 조사 목적이 배달비 인하 자체에 있다기보다 소비자를 위한 정보 제공에 있다는 입장이다. 소단협 측은 “조사 결과 발표가 곧장 배달비 인하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정보 공개를 통해 소비자가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단협은 앞으로 조사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소단협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지적받은 부분들을 보강해 배달서비스 가격을 온라인 쇼핑처럼 쉽고 편리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배달비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