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대부분이 출근조차 안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에서 지시가 내려와 현장 업무에 복귀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네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대리점연합과 줄다리기 끝에 지난 2일 파업을 끝내기로 결정했지만 상당수 노조원은 업무 복귀를 거부하고 태업을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는 정모씨(52)는 “노조원 택배기사 16명 중 15명이 현장 복귀를 하지 않았다”고 13일 밝혔다. 정씨는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서 지시하는 대로만 움직여 아직 현장 업무가 정상화되지 않았고, 조합원들과 표준 근로계약서 작성을 위한 논의도 시작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조합원 한 명이 노조의 행동이 과격해지고 소득이 줄어 생계 유지가 힘들어지자 현장에 복귀한 정도다. 勞 “현장 복귀 말고 대기하라”
경기 광주의 택배노조 조합원 14명도 모두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해당 지역 대리점장 오모씨(55)는 지난 7일 조합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지만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민주노총에서 복귀하지 말라고 해 당분간은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남 장성군의 택배노조 조합원 네 명도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대리점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노조원 중 20%만 현장에 복귀했고, 그나마 복귀한 인력도 태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김포시의 한 대리점에선 조합원 9명이 파업에 참여했고, 이 중 4명이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 조합원 5명은 지난달 택배노조에서 탈퇴해 현장에 복귀했다. 대리점장 강모씨(51)는 “노조 임원들은 손해보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파업에 참여하는 일반 기사들은 수입이 끊겨 생계 유지가 힘들다”며 “노조 행태가 과격해지자 일부 조합원이 노조에서 탈퇴해 지금 노조엔 ‘강성’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3개월 가까이 일을 못 하고 있어 힘든 것은 알지만, 조합원 동료들이 계약해지를 당해 표준계약서도 못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만 업무에 복귀할 순 없다”며 “파업 참여 인원 1660명 중 750명 정도가 계약서를 썼고, 모든 인원의 계약서 작성이 완료되면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정상화 차질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회 간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대리점연합은 택배노조가 조합원 집단 계약해지와 관련해 일부 대리점을 최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 노동행위로 고소한 데 대해 “적법 절차에 따른 위탁 계약해지 및 계약갱신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적반하장 태도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며 “택배노조는 쟁의권이 없는 불법파업을 합법인 것처럼 속여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13일 주장했다.
노조 쟁의권이 없는 지역에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파업과 태업은 불법이라고 조합원에게 여러 번 경고했고, 계약해지 관련 공문을 사전에 10번 가까이 보냈다”며 “태업과 파업으로 대리점 수입이 반 토막 났고, 인력난에 못 이겨 최근 5명을 추가로 고용하는 등 노조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택배업계에서는 조합원의 현장 복귀가 이뤄져도 업무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택배기사 이모씨는 “오후 2시는 돼야 대리점에 택배 물량이 모두 들어오는데 노조원들은 11시가 되면 배송을 나가 이후에 들어오는 물량은 비노조원과 점장이 부담한다”며 “태업이 심할 때는 하루 물량 3000개 중 50%를 점장과 비노조원이 처리해 부담이 상당했고, 배송 지연도 자주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사업자 성격이 강한 택배기사에게 노조 설립을 인정해준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고, 이는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