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1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책임 있는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난 자리에선 “한·미 혈맹 관계를 바탕으로 경제, 기후, 보건, 첨단기술 등 모든 의제를 포괄적으로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윤 당선인의 행보는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가 ‘미·중 균형 외교’에서 ‘한·미 동맹 강화’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예방한 싱 대사와 코소 대사대리를 각각 만나 면담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싱 대사를 통해 보내온 축전에서 “올해는 중·한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라며 “중국은 한국과 함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전략적 우호 협력을 심화해 양국 국민에게 복지를 가져다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당선 축하 인사를 위해 예방한 코소 대사대리에겐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이라며 “안보를 피로써 지키기로 약조한 국가다. 이에 걸맞은 그런 관계가 다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당선 연설 5시간 만에 통화했다.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3국 공조 강화를 협의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는 아직 통화하지 못했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다음날 시 주석과 전화로 대화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대중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아온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대북 정책에서도 공조를 확인했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 발사한 두 차례의 탄도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의 일환이라고 밝히면서 추가 대북 제재를 예고했다.
좌동욱/성상훈/송영찬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