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소 득표 차로 끝난 '초박빙 대선'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부실관리 논란 등 잡음을 빚었고, 소수점대 근소한 득표 차는 무효표보다 적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패자 측의 '대선 불복' 우려도 흘러나왔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의 '깔끔한 승복'으로 기우가 됐다.
윤 당선인은 득표율 48.56%(1639만4815표)로 당선이 확정됐다. 개표 과정 내내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이 후보의 득표율은 47.83%(1614만7738표)였다. 득표율 차이는 단 0.73%포인트(24만7077표)로, 헌정사상 최소 표차다. 다만 무효표도 30만7542표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은 남겼다.
무효표는 두 후보 간 표차보다 많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19대 대선(13만5733표)이나 18대 대선(12만6838표) 무효표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았다.
치열한 혼전이었던 만큼 잡음도 적지 않았다. 특히 사전투표 기간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 관리가 부실했던 대목이 큰 논란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지난 5일 확진자들이 별도의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도록 하고, 이를 선거 사무원들이 받아서 투표함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사전투표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못하는 것 자체가 '직접 투표'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투표용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비닐 팩, 종이 상자 등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가중됐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4항은 '선거인이 투표참관인 앞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158조 4항에는 '선거인이 회송용 봉투에 (투표용지를) 넣어 봉함한 후 사전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각종 시민단체는 "심각한 헌법 유린이자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반발하며 선관위 관계자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형사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관위가 안정적으로 선거 관리를 못 한 과실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선거를 방해하려는 의도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고의성 입증이 되지 않으면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불투명했던 일부 과정 탓에 패배한 측이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대선 불복이 '재검표'로까지 간 전례도 있었다.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가 승리한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전자개표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이에 2003년 1월 재검표가 이뤄졌으나, 결과에 영향을 끼칠 만큼의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노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표차는 57만여 표로, 이번 대선 표차(24만여 표)의 2배가 넘는다. 지난 9~10일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초접전 구도가 계속되자 당선 무효 소송, 재검표 등 대선 불복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 후보의 승복으로 우려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 후보는 개표 막바지에 윤 후보 당선이 유력해지자 여의도 당사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준비해 온 원고를 꺼내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윤 후보님께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패배 승복을 선언했다. 또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또 한차례 윤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여소야대 국면을 앞두고 '통합'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은 대목이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