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짓고 또 고치고 잠원동 아파트와 옛날 돈까스[이송렬의 맛동산]

입력 2022-03-12 07:31
수정 2022-03-12 07:32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인류 역사를 통틀어 생존의 기본이 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맞습니다. 의(衣)·식(食)·주(住)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생 숙원인 '내 집 마련'. 주변에 지하철은 있는지, 학교는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 찾으면서 맛집은 뒷전이기도 합니다. '맛동산'을 통해 '식'과 '주'를 동시에 해결해보려 합니다.

맛집 기준은 기자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맛집을 찾는 기준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습니다. 맛집으로부터 어떠한 금액도 받지 않은 '내돈내먹'(자기 돈으로 직접 사 먹는 것)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실수요자들은 왜 신축 아파트를 선호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희소성에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만 놓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아파트를 지을 땅도 한정적이고, 재건축이나 재개발도 요원한 상황입니다. 새 아파트가 귀한 상황입니다. 고민하는 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습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물론 기존 단지들은 점점 노후 단지가 됩니다.

희소성 말고도 설치된 월패드를 통해 집 안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 넓은 주차장, 단지 내 각종 커뮤니티 시설 등 거주자들 삶의 질이 개선될 만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런 점은 가격에도 반영돼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신축 아파트(1~5년) 3.3㎡당 평균 매맷값은 2459만원, 구축 아파트(10년 초과)는 2184만원으로 275만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신축과 구축의 가격은 각각 5806만원, 4103만원으로 격차가 1703만원으로 벌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상승률을 보면 신축은 136.11% 뛰었지만, 구축은 87.86%로 48.25%포인트가 차이 났습니다.


서울에서는 재건축 이후 리모델링에 도전하는 단지가 있습니다.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롯데캐슬갤럭시1차’ 아파트입니다. 이 단지는 옛 설악아파트 1·2동을 재건축해 2002년 입주했습니다. 서울 1기 재건축 단지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빨랐던 곳입니다. 재건축 이후엔 지하 2층~지상 25층 5개 동, 총 256가구로 탈바꿈했습니다. △전용 106㎡ △전용 123㎡ △전용 133㎡ △전용 151㎡ 등 중대형 4개 주택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롯데캐슬갤럭시1차’는 재건축한 지 19년 만에 증축형 리모델링을 진행합니다. 리모델링 시공사는 현대건설입니다. 현대건설은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합니다. 현대건설은 ‘한강 조망’을 강조할 계획입니다. 거실 뿐만 아니라 주방, 침실, 욕실 등에도 조망형 창호를 적용해 더 많은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만약 추진되면 서울에서 재건축 이후 처음으로 리모델링에 성공한 단지가 됩니다. 다만 지난해 말 사업이 시작해 이제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진척된 내용이 없습니다. 조합이 설립된 상황이고 예비 안전진단을 신청해 놓은 상황입니다. 아직 첫 관문도 뚫지 못한 상황입니다.

단지 인근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까진 10년이나 더 있어야 하고, 재건축 여부도 확실하지 않아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라면서 “다만 잠원동 일대 리모델링 사례가 없어 어떻게 추진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아파트가 지어진 지 30년은 돼야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찾은 맛집은 아파트로 치면 ‘재건축’ 대상이겠습니다. 강남 돈가스 맛집으로 유명한 ‘한성 돈까스’를 찾았습니다.


이 가게는 영업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창업주인 최철호 씨는 돈가스를 배우기 위해 직접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현지에서 일본 전통식 돈가스를 만드는 방식과 비법을 전해 받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가게 이름인 한성(翰盛)은 ‘기초를 공고히 한다’는 뜻으로, 기본에 충실한 음식을 만들고자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토요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가게 안은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데이트를 나온 듯한 연인, 한 끼를 든든히 먹으려는 중년 남성, 친구들과 놀러 나온 고등학생들 몇 곳 남지 않은 빈자리에 자리를 잡습니다.

메뉴는 총 다섯 가지입니다. 돈가스(등심), 히레가스(안심), 생선가스, 비후가스, 치킨가스입니다. 돈가스 집에 왔으니 돈가스와 히레가스를 시켰습니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쌀밥이 가득 담긴 밥그릇과 김이 폴폴 나는 미소 된장국이 나옵니다. 가게를 방문한 날은 햇볕은 따뜻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쌀쌀했는데, 따뜻한 장국이 얼어있던 몸을 녹여줍니다.

가게의 숨겨진 시그니처 메뉴인 ‘깍두기’를 그릇에 가득 펐습니다. 하얀 쌀밥과 깍두기만 먹어도 밥 한 공기를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입맛에 딱 맞습니다. ‘돈가스 대신 설렁탕이나 국밥을 팔았어도 잘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여분이 지났을까, 음식이 나왔습니다. 갓 튀긴 돈가스와 케첩을 뿌린 양배추샐러드, 연겨자가 한 그릇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요즘 돈가스 가게에선 두툼한 고기에 튀김옷은 얇은 돈가스가 많은데 이 가게의 돈가스는 적당히 도톰한 튀김옷을 입혀 튀겼습니다. 따뜻한 돈가스를 아무 소스도 찍지 않고 먹어봅니다. 튀김기에 갓 나온 돈가스를 뜨거운 줄 알면서도 한 입 베어 물어봅니다. ‘바삭’하는 소리를 옆 테이블에서 들었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번엔 이 가게 만의 돈가스 소스에 돈가스를 꼭 찍어 먹습니다. ‘우스터소스’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꼭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소스 맛입니다. 두툼한 튀김옷에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돈가스를 소스가 완벽하게 잡아주는 느낌입니다.

히레가스도 얼른 먹어봅니다. 안심을 사용해서 그런지 돈가스보다는 확실히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도 유명하다는 돈가스 가게는 히레가스가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돈가스보다는 히레가스가 더 부드러워 손이 자주 갑니다.

돈가스, 히레가스 모두 깍두기와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통상 고추냉이가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연겨자와 먹어도 잘 어울립니다. 돈가스 위에 연겨자를 살짝 올려 바삭함은 유지하고 느끼함은 잡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연겨자를 돈가스 소스에 살짝 풀어 매콤한 소스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돈가스와 히레가스는 각각 1만1000원, 1만3000원입니다. 돈가스 한 그릇에 1만5000원을 훌쩍 넘는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착한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30년 된 이 가게는 최근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더 나은 환경에서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서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이사를 해도 변함없이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단골들의 설명입니다.

맛집이 최고의 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더 나은 거주 공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 역시 거주 공간 개선을 위한 하나의 방법입니다. 기존 골격은 둔 채로 고치는 겁니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라플루스'라는 단지명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플루스(Fluss)'는 독일어로 강을 뜻하는데, 한강변에 주거 명작을 세우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모쪼록 좋은 의견을 모아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