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좋은팀은 부족한 선수들이 서로 도우며 만드는 것

입력 2022-03-10 18:00
수정 2022-03-11 00:47
여자배구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종목 중 하나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일본과 터키 등 강호를 차례로 격파하고 4강 신화를 썼다. 패색이 짙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어 기어이 역전승을 거두는 모습, 김연경이 동료들에게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라고 소리치던 장면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큰 용기를 줬다. 배구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프로배구 열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배구 덕후’인 곽한영 부산대 사범대 교수가 쓴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배구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돕는 입문서이자 배구에 바치는 찬가다. 저자는 여자배구단 GS칼텍스의 오랜 팬이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의 활약을 분석해 SNS에 올린 글들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모으면서 단행본까지 출간하게 됐다. 배구를 업으로 삼은 적이 없는데도 식견과 필력이 전문가 못지않다는 게 배구계의 평가다.

저자는 “배구의 매력은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의 활약에 압축돼 있다”고 운을 뗀다. 이어 대표팀이 걸어온 여정을 통해 배구의 매력 포인트를 하나씩 풀어낸다. 김연경이라는 탁월한 리더, 선수들이 보여준 조직력,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세심한 전술, 한계를 돌파하는 선수들의 집중력 등 대표팀의 성공 요인들에 대한 설득력 있는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배구는 알고 보면 열 배, 스무 배는 더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저자의 설명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책에는 배구의 역사와 스포츠의 규칙 등 기본적인 정보부터 전술, 지금 한국 프로배구 리그를 이끌어가는 인물들까지 배구 관람에 재미를 더해줄 정보들이 즐비하다. 지난 시즌 정규 리그와 컵 대회, 챔피언전을 휩쓴 GS칼텍스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대목에서는 저자의 예리한 통찰이 돋보인다. “좋은 팀은 완벽한 선수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실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부족한 점이 많은 선수가 서로를 연민하고 빈자리를 메우려 도우며 도달하는 어떤 ‘상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