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증시가 9일(현지시간) 반등했지만 여전히 기술주와 성장주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약세론과 신중한 낙관론이 뒤섞여 있다. 미국의 긴축 정책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등이 기술주 반등을 제한하고 있지만, 기술주의 성장성이 탄탄하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졌을 때 선별적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나스닥100지수가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진 약세장이라도 단순히 가격 매력보다는 실적 성장성이 뛰어난 주도주를 선택하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차별적으로 수익 낼 종목 선별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5거래일 만에 상승 반전했다. S&P500지수는 2.57% 오른 4277.87, 다우지수는 2.0% 반등한 33,286.25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59% 뛴 13,255.55에 마감했다. 나스닥의 하루 상승폭은 2020년 11월 이후 가장 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외교적 해법 기대가 커졌고,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증산 가능성에 국제 유가가 하락하며 지수를 밀어올렸다.
미국 기술주와 성장주를 대표하는 나스닥100지수도 3.58% 상승 마감했다. 지난 8일까지 고점 대비 20.8% 하락해 약세장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우려와 글로벌 공급망 충격 등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히 높아 기술주 투자 심리는 위축된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나스닥1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3배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종목이 60여 개에 달하고, 40% 이상 급락한 종목도 19개나 된다.
미국 기술주는 국내 투자자에게 고수익을 안겨준 종목이 많아 적절한 매수 시점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주의 중기 성장성에는 의문이 없지만, 당장 기술주 전반의 탄력적 반등을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격보단 성장성 따져라전문가들은 약세장일지라도 기술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매력보다 성장성’이라고 강조했다. 신한금융투자가 나스닥100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밸류에이션, 이익 모멘텀, 성장 전망, 가격 모멘텀 지표에 따른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이후 시장 대비 가장 성과가 좋았던 것은 성장성에 투자하는 전략이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의 증가율 전망치가 15%를 넘는 종목은 시장을 연평균 2.4%포인트 이겼고 ‘+α’ 수익을 발생시킬 확률도 60%에 달했다”며 “2년간 연평균 성장률 전망이 15%를 넘는 종목은 시장을 9.4%포인트 초과하는 연평균 수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가장 성과가 좋지 않았던 부문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나 저가 매수 전략이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거나, 고점 대비 하락폭이 30%가 넘는 종목은 2010년 이후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이를 바탕으로 12개월 EPS 성장률이 높은 기업을 우선적으로 찾되, 밸류에이션 부담을 낮추기 위해 PER이 성장률보다 낮은 기업을 주목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또 성장률이 높아도 컨센서스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12개월 EPS가 상향 조정되는 기업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런 조건에 맞는 기업으로 퀄컴(QCOM), 차터커뮤니케이션(CHTR), 징둥닷컴(JD), 에어비앤비(ABNB), 마이크론(MU), 파이서브(FISV), 마벨테크놀로지(MRVL), 핀듀오듀오(PDD), 메리어트(MAR), KLA(KLAC), NXP반도체(NXPI), 오토데스크(ADSK), 마이크로칩(MCHP), 달러트리(DLTR) 등을 제시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