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밀 귀리 등 농산품과 일부 육류 제품의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국 내 식량난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로만 레쉬첸코 우크라이나 농식품정책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고 주요 식품에 대한 국민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밀 귀리 메밀 소고기 부산물 등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 전 세계 밀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산 밀은 가까운 유럽을 비롯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까지 수출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이들 지역의 식량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AP통신은 “공급 감소로 이집트 레바논 등에선 식량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높은 비료 가격 탓에 미국에선 밀 재배 면적을 넓히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1972년 가뭄으로 인한 옛 소련발 곡물 파동 이후 세계 밀 시장이 가장 심각한 공급난을 맞고 있다”고 했다. 호주 농산품 거래 중개업체 IKON코모디티스의 올레 후에이 최고경영자(CEO)도 “러시아 밀 수출량이 줄고 남미 지역은 산림을 훼손해야만 재배 면적을 확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호주도 증산 여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미 밀 쌀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폭등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은 부셸당 11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는 연초보다 50%가량 급등한 것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