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샘의 4분 소개에 눈물 흘린 우즈

입력 2022-03-10 17:39
수정 2022-04-09 00:01

“우리는 아빠가 두 다리로 집에 올 수 있을지 몰랐어요. 그리고 아빠는 지금 명예의 전당 입회를 앞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 다리로 이곳에 서 있네요. 아빠, 그래서 당신은 입회할 자격이 있어요. 아빠는 투사(fighter)니까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의 딸 샘 알렉시스(15)가 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뒤 다시 일어선 아빠를 맞이하며 포옹했다. 약 4분간 이어진 딸의 소개를 받은 우즈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애꿎은 단상을 툭툭 치며 감정을 추스른 우즈는 “(친구인 프로골퍼 스티브) 스트리커와 안 울기로 내기를 했는데 졌다”며 눈물을 닦았다.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본부에서 열린 2022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식은 오직 우즈를 위한 무대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날 우즈를 비롯해 PGA투어 커미셔너를 지낸 팀 핀첨(75·미국), US여자오픈에서 3회 우승한 수지 맥스웰 버닝(81·미국), 1921년 미국 여자아마추어 챔피언 매리언 홀린스(1944년 사망·미국) 등이 함께 입회했으나 청중의 이목은 우즈에게 쏠렸다.


딸 샘과 아들 찰리(13), 어머니 쿨티다, 여자친구 에리카 허먼과 참석한 우즈는 이날 메이저대회 15승(역대 2위)을 포함한 PGA투어 통산 82승(역대 공동 1위)으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은 골프에 큰 공로를 세운 이들을 기리기 위해 1974년 설립됐다. 선수 부문에선 만 45세 이상으로 투어 15승 또는 메이저대회(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포함) 2승 이상을 올린 선수가 입회 대상이다. 자격 요건을 갖춘 뒤 선발위원회 투표에서 75% 이상 찬성표를 받아야 입회가 가능하다. 우즈는 나이를 제외한 요건을 한참 전에 충족해 지난해 최연소로 입회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을 더 기다렸다.

생방송으로 중계된 이날 입회식에서 우즈는 진행이 늘어지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보다 18분 늦게 마이크를 잡았다. 우즈는 원고 없이 17분간 소감을 발표했다. 시간 관계상 우즈에게 허락된 시간은 7분이었지만 카메라는 그가 단상에서 내려올 때까지 돌아갔다.

우즈는 자신이 세운 업적보다 성장 과정의 일화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군인 출신인 아버지가 회원이었던 해군 골프장에 나이 제한에 걸려 숨어서 들어간 일,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대회 출전 비용을 대기 위해 부모가 집을 담보로 대출받았던 일, 용돈이 모자라 퍼팅으로 돈을 딴 이야기 등 주로 부모와 관련된 얘기들이었다. 부모님을 언급하며 목이 멘 우즈는 “어머니의 희생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며 “아버지 얼은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골퍼로서 지녀야 할 태도를 심어줬다”고 말했다.

“골프는 개인 종목이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훌륭한 부모와 코치, 캐디, 친구, 멘토들이 있었죠. 명예의 전당 헌액은 개인에게 주는 상이지만, 이 상은 내가 여기까지 오도록 도와준 사람들과 함께 팀으로 받는 상입니다.”

이날 입회식에선 저스틴 토머스(29·미국), 조던 스피스(29·미국), 버바 왓슨(44·미국) 등 많은 후배들이 자리를 함께해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친 우즈는 많이 회복했으나 아직 공식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