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가장 차별화되는 분야로 꼽힌다.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기존 대북 정책과 한·미 관계, 대중·대일 외교정책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미·중 간 줄타기 외교’ ‘반일 외교’ 등은 폐기 처분되고 그 자리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미 동맹 재건’ ‘한·일 관계 정상화’ 정책이 들어설 전망이다. “예측 가능한 北 비핵화 로드맵 제시”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원칙과 일관성 있는 대북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을 중재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에 굴종적인 자세로 일관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했으며, 남북관계는 폐쇄와 단절 속에서 대결하는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예측 가능한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협상한다는 방침이다. 비핵화 진전에 발맞춰 경제협력과 남북공동 경제발전계획을 추진하고, 북한 인권 개선에도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후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국제적으로 대북 제재를 풀고 당사자 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게 윤 당선인의 생각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에서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국제 공조 및 양자·다자 협상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종전선언 추진도 윤석열 정부에서는 ‘없던 일’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여 국민 분열을 야기했다는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국민 소통채널 개설 등을 통해 국민 합의에 기초한 통일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MD 참여 등 한·미 동맹 강화윤 당선인은 “한·미 동맹을 재건하고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 눈치 보기’로 한·미 연합 방위 태세가 약해졌고, 양국 간 신뢰도 저하됐다는 게 윤 당선인의 문제의식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한·미의 필요와 판단에 따른 연합훈련 실시로 북핵 위협에 대한 확고한 억제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아 “사드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방침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TV토론에서 “(북한의) 초음속, 극초음속 미사일이 개발되면 대응하는 데 한·미 간 MD는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북한의 초음속 핵미사일 도발 시 ‘킬체인(kill-chain)’을 통한 선제타격을 주장한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 같은 안보관에 대해 선거 당시 다른 대선 후보들은 “안보 위기를 조장한다”고 비판한 만큼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中과 상호 존중…日과 관계 개선한·미 동맹 강화는 대중 관계의 변화로 연결된다. MD 참여, 사드 추가 배치 등은 모두 중국이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서플라이체인(공급망)에서도 미국은 최첨단 원천기술 등을 장악하고 있다”며 “이런 외교적 환경 아래 미·중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한다는 것은 결코 실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히 미국 편에 서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상호 존중에 기반한 한·중 관계’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중국이 제1의 무역대상국이자 북한 문제에서 주요 이해당사국인 만큼 일정 수준의 협력은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윤 당선인은 대일 관계 개선도 공언해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과거사 이슈에 매몰돼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윤 당선인은 한·일 관계의 미래상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기본 정신과 취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로 했다.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고위급 협의 채널 가동으로 각종 현안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를 열겠다는 생각이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윤석열캠프 외교안보본부장은 “위안부, 강제징용, 수출 규제 등 이슈를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포괄적 해법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