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오케스트라 음악 잔치인 ‘한화와 함께하는 2022 교향악축제’가 다음달 2~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부천필하모닉을 시작으로 서울시향, 코리안심포니, 광주시향, 원주시향 등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전국 20개 오케스트라가 하루씩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른다.
이번 교향악축제 프로그램의 특징은 예년에 비해 친숙한 클래식 곡이 줄어들고, 음악회에서 좀처럼 연주되지 않은 곡이 대거 포함된 점이다. 1989년 행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신선하고 도전적인 레퍼토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빠지지 않던 인기 레퍼토리인 베토벤과 브람스 교향곡이 전무하다. 베토벤은 서곡이나 협주곡도 없고, 브람스 관현악곡은 피아노 협주곡 1번(16일, 코리안심포니)뿐이다. 교향악단들이 대규모 관현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편성 규모가 크지 않은 베토벤·브람스 곡이 배제됐다는 분석이다. 대신 생소한 곡이 그 자리를 채웠다. 칼리니도프의 교향곡 1번(12일, 성남시향), 스크리아빈의 교향곡 2번(19일, 군포 프라임필하모닉), 차이콥스키 교향시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21일, 창원시향), 월튼의 바이올린 협주곡(10일, 인천시향) 등이 대표적이다.
쇼스타코비치,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에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스크리아빈까지 가세한 러시아 작곡가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작곡가의 약진이 눈에 띈다. 경북도향은 20일 연주회를 거슈인의 ‘쿠바 서곡’ ‘랩소디 인 블루’ 등 모두 미국 작곡가의 곡으로 구성했다. 원주시향도 17일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 코플랜드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무대에 올린다. 부산시향은 8일 존 케이지의 실험적인 음악 ‘4분33초’를 교향악축제 사상 처음 연주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연주자들이 협연자로 나선다. 박재홍, 김수연, 김도연, 이혁(이상 피아노), 한재민(첼로) 등 지난해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주목받은 신성(新星)들의 협연 무대가 관심을 끈다.
마시모 자네티 예술감독이 4년 연속 ‘개근’하는 경기필하모닉의 5일 연주회도 주목할 만하다. 자네티는 2019년 ‘로마의 축제’, 지난해 ‘로마의 소나무’에 이어 이번에 ‘로마의 분수’를 지휘해 교향악축제에서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을 완주한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