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월 한 대의 차량도 팔지 않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 해고된 직원을 위해 노동조합이 신분 보장을 추진하면 누가 차를 팔기 위해 노력하겠습니까.”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원 사이에서 한 퇴직자가 남긴 글이 공유되고 있다. 자신을 영업직으로 34년 동안 일하다가 지난해 퇴직한 전 현대차 직원이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해고자 신분 보장과 관련한 노조의 결정을 정면 비판했다. 차량을 팔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저성과 해고자를 위해 노조원들이 낸 조합비로 월급을 보전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4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2020년 해고된 영업직 A씨의 신분 보장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노조는 조합비로 A씨 임금을 보전해준다. A씨는 월평균 판매 대수가 0.4대에 불과할 정도로 실적이 부진했다. 1년 동안 차량 2대만 판 적도 있다. 현대차 영업직의 월평균 판매량(3.8대)의 절반 수준이다. 고객에 대한 문자메시지 발송 건수는 월 10건 미만이다. 영업직 평균은 350건을 웃돈다.
A씨는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 참여 권고도, 담당 본부장의 면담도 거절했다. 그는 인사평가에서 6년 연속 최하 등급을 받아 해고됐다. A씨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등은 정당한 해고라고 결론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A씨의 임금을 보전하기로 결정하자 정년퇴직자가 이를 공개 비판한 것이다. 그는 “영업직이 차량 판매를 포기하고, 다른 업무조차 뒷짐 지고 있다가 해고된 직원을 위해 노조가 신분 보장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허탈했다”며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직원이 신분 보장을 받으면 현장에서 땀 흘리며 애쓰는 후배들의 노력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합원을 위해 정당하게 사용돼야 할 소중한 조합비가 이런 식으로 쓰이면 누가 차를 팔기 위해 노력할지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무리한 조합원 감싸기가 회사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현대차노조는 사무·연구직에게 지급한 특별성과급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약 500만원을 지급하자, 전 직원에게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했다. 성과를 낸 직원에 대한 보상도, 맡은 일을 내팽개친 직원에 대한 징계도 모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면 어느 누가 일을 하겠나”라는 퇴직자의 하소연이 현실이 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