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등 대내외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도리어 힘을 받는 모습이다.
9일 오후 5시54분 현재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시황 정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8.14% 뛴 4만213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의 급등으로 비트코인은 지난 7일간의 낙폭을 4%대로 줄인 상황이다.
작년 말 6만7000달러선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시세는 전쟁 우려가 본격화한 올 초를 즈음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한 달 만에 3만5000달러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비트코인 시세는 다시 상승 그래프를 그리는 모습이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자 때아닌 '대체 투자자산'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여기에 '가상자산 행정명령'에 대한 미국 재무장관의 성명서가 미리 공개되면서 이날 시세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첫 가상자산 거래 규제를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가상자산을 활용해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피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성명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역사적 행정명령은 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상징한다. 이같은 접근 방식은 국가와 소비자, 기업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책임있는 혁신을 지원할 것"이라며 "불법금융 위험을 해소하고 금융시스템과 경제 관련 여로 위협요소를 예방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는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부처 간 적극 협력해 화폐·지불 체계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라면서 "아울러 금융안정성감독위원회를 소집해 가상자산의 잠재적 금융안정성 위험도를 평가하고 적절한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는지 평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성명서는 간밤 미 재무부 공식 사이트에 게시됐다가 바로 삭제됐다. 다만 투자자들은 성명서 내용으로 미뤄볼 때 가상자산 규제 수위가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우려를 한층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시세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최대 재무설계 자문사인 드비어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나이젤 그린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비트코인 시세는 이달 말 5만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쟁 우려가 본격화하면서 개인과 기업, 정부기관은 기존 금융시스템의 대안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 시세의 상승 모멘텀이 살아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OKX 소속 애널리스트 자오웨이는 "비트코인은 리스크가 비교적 높은 자산"이라며 "당분간은 지금 같은 일촉즉발 정세에서 주류 자금이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택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짚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