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침공, 글로벌 자동차 가격 올려

입력 2022-03-09 15:03
수정 2022-03-10 09:24
-원자재 가격 급등, 내연기관 및 전기차 모두 압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자동차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원유를 포함해 자동차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을 이미 높이고 있어서다.

9일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침공으로 내연기관차의 배출가스 정화장치에 사용되는 팔라듐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지난해 말 팔라듐 31g의 가격은 191만원 가량이었지만 두 달 사이에 282만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배출가스 촉매 장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게다가 팔라듐은 러시아의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해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아가 내연기관차 배출가스 정화장치에 필요한 촉매 소재는 팔라듐 및 백금 외에 대체 물질이 없어 가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자동차 차체 및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니켈도 2007년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다. 7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니켈 가격은 t당 5,940만원으로 하루 전보다 무려 66% 급등하며 15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게다가 니켈은 러시아가 세계 공급량의 10%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 압박이 거세다. 이외 자동차 차체에 많이 활용되는 알루미늄 가격도 폭등했다. 지난달 t당 400만원 가량이었지만 한달 만에 50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이처럼 소재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부품 공급업체에 반영되면서 신차 가격도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격 변동폭이 적고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어느 정도 감내하겠지만 전쟁의 장기화가 예상되고 러시아가 금속 수출 등을 제한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유럽 내 일부 완성차기업은 공급사들의 가격 인상 요구를 거세게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일부 완성차기업은 이미 완성된 자동차의 가격을 높이고 출고를 늦춰 가격 인상에 대응하는 중이다. 원가 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차종의 가격을 미리 높여 향후 받을 원가 압력을 분산시키는 셈이다.

그 결과 글로벌 각 나라의 자동차 가격은 지난해 대비 크게 인상됐다. JD파워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신차 가격은 대당 5,49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5% 올랐다. 와이어 하네스를 우크라이나에서 공급받는 폭스바겐그룹 및 BMW 등의 독일 기업도 생산 감소에 따른 이익 하락을 막기 위해 가격을 높이는 중이다. 게다가 독일은 니켈의 44%, 팔라듐의 18%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가격 인상 압박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중이다.

완성차업계는 철광석 가격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자동차 차체의 기본 원료가 철광석인 데다 러시아의 철광석 생산이 세계 5위에 달하는 1억800만톤에 달하는 탓이다. 게다가 철광석 가격도 이미 상승하는 중이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가 구매를 주저할 수 있어 가격 인상분을 기업이 감당하겠지만 그간 반도체 이슈 등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돼 왔던 탓에 완성차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을 차에 즉시 반영할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최근 여러 자동차회사가 가격을 내리지 않되 빠른 출고를 원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이너스 옵션 차종으로의 구매를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기아 등이 내비게이션 등을 배제한 마이너스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옵션을 빼는 만큼 가격은 반영됐지만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면 향후 완성차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옵션이 빠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