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노무현 정신' 꺼낸 이재명 "어게인 2002, 승리 역사 만들자"

입력 2022-03-08 23:44
수정 2022-03-09 01:16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개혁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어게인 2002, 승리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주시겠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투표일 전날인 8일 마지막 대규모 유세에서 ‘노무현 정신’을 꺼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유일한 정권 재창출 사례이자, 친노·친문(친노무현·친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지지층에 깊게 배어 있는 ‘노무현 향수’를 자극해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광화문 총공세’이 후보는 이날 밤 광화문 청계광장 유세에서 “이곳 청계광장은 우리 국민이 6년 전 촛불을 높이 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곳”이라며 “그때 우리가 촛불을 들었던 것은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청계광장 유세는 공직선거법상 이 후보가 유세차와 확성기를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유세였다. 청계광장은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민주당은 자체 추산 결과 6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국민 여러분이 저 이재명을 유용한 도구로 선택해주신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못다 이룬 평화통일의 꿈을,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문재인 대통령이 꿈꾸고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했다. 노무현 정신을 상징하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전까지 유세에서 ‘정치교체’와 ‘통합정부’를 주로 외쳤다. 하지만 이날 선거운동의 하이라이트인 청계광장 유세에선 촛불시위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행사도 철저히 민주당 지지층의 ‘노무현 향수’를 자극하도록 연출됐다.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을 담은 영상으로 행사가 시작됐고,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이자 16대 대선 TV 광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가 직접 불렀던 김민기의 ‘상록수’를 합창하는 것으로 유세가 마무리됐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당대표, 이 후보와 단일화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도 찬조연설자로 지지 연설을 했다.

이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마무리하러 찾은 마지막 유세지는 2030세대가 주로 가는 홍대 ‘걷고 싶은 거리’였다. 이 후보는 밤 12시까지 청년 유권자들의 질문을 받고 하나하나 답했다. 그는 “제 지지자들은 물론, 윤석열 후보와 그 지지자들에게도 정말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내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서로 흔쾌히 인정하고 합심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들자”고 말했다.수도권 돌며 지지 호소이 후보는 이날 광화문 유세에 앞서 여의도 증권가를 시작으로 경기 고양·파주, 인천 청라·계양, 경기 광명을 거쳐 다시 서울을 돌았다. 하루에만 수도권에서 10번의 연설을 하는 강행군이었다. 이 후보가 대선 출마 후 하루 기준 가장 많은 공식 일정을 소화한 날이다.

이 후보는 이날 대부분 유세에서 ‘세 표 차이 대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의도 유세에선 “문학진 전 민주당 의원이 16대 총선에서 단 세 표 차이로 떨어졌고, 고성군수 선거에서는 아예 동표(같은 표)가 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양 유세에서는 “부부가 (이재명을) 찍고 말면 딱 두 표”라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명이라도 가족이나 지인을 설득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의미로 세 표 차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이동하는 시간에도 ‘유튜브 유세’에 매달렸다. 차량으로 유세장을 오가는 사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별 맞춤형 영상을 촬영해 이들의 관심을 끌 공약을 소개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운동을 마무리한 뒤 이 후보는 경기 성남 자택으로 이동했다. 권혁기 선대위 공보단 부단장은 “이 후보는 9일 성남 자택에서 투·개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며 “선거상황실 방문 등 공개 일정을 언제 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파주·인천·광명=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