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국민연금 구조는 ‘세대착취’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젊은 세대들은 보험료만 납부하고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월 소득의 30% 이상을 고스란히 보험료로 내야 하는 등 파국적인 미래가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한국경제연구원은 1990년생은 2055년 수령 자격을 얻고도 국민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수급 체계로는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국민연금 지급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른 선택지도 암울하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지난 4일 추계에 따르면 현 수급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요율이 36%까지 올라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2057년 국민연금 적립금이 모조리 사라지면서 현재 9%인 요율을 네 배나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고령화와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건강보험료 및 세금 부담을 감안하면 미래세대는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복지제도 유지를 위해 납부해야 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국민연금 구조개혁을 위한 논의는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했다. 2017년 12월 구성된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전문가들은 두 가지의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어느 것도 실현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충분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큰 정치적 손실을 봤다”며 “극렬하게 대립하는 여야 정치 구도에서 인기 없는 정책을 밀고 나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2007년 이후 개혁이 멈추면서 이제는 보험료를 더 내거나, 지급액을 줄이는 식의 구조 개혁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취약계층을 제외하고 본인이 낸 만큼 가져가는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는 등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기금 고갈이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확정기여형으로 개편해야 제도가 유지될 수 있다”며 “바로 전환하면 충격이 클 수 있는 만큼 20~30년의 로드맵을 수립해 고갈 시기를 늦추면서 제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저출산·고령화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화위원회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인구TF 등으로 갈린 정부 대책기구의 구조 개편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