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까지 돌파하면서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당분간 달러강세가 이어지면서 1250원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4.9원 오른 1232원으로 출발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32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장중 1230원대를 기록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5월 말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1년 9개월 만에 1220원대를 넘어선 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날 환율은 12.9원 오른 1227.1원에 마감했다. 외환당국은 "최근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역외의 투기적 움직임이나 역내 시장참가자들의 과도한 불안심리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급등을 막지 못했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한 배경은 원유 가격 상승 때문이다. 6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장중 130.5달러까지 뛰면서 1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영향이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228~1238원대를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 화두 재부상에 따른 글로벌 리스크 오프, 달러 선호 현상 심화 등의 영향으로 상승흐름 연장이 예상된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회담이 별다른 진전 없이 마무리되고, 원유 금수조치를 비롯한 서방 제재 확대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충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 증시는 뉴욕증시 하락을 쫓아 낙폭을 키울 가능성이 높으며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원화로 약세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밤 달러인덱스는 99.25로, 2020년 5월1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3차 회담이 평행선을 이어간 가운데 원자재 가격은 급등세를 연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러시아산 원유 제품 수입 금지, 벨라루스와의 무역 중단,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접근 거부 등 제재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서방의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조치는 원유 시장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도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125달러를 기록했으며, 니켈 값은 장중 90% 폭등했다. 밀 가격도 6거래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분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금융 시장 내에서 확산했다"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달러화의 강세를 이끌었고, 달러 강세와 시장 내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압력이 불가피하다"며 이달 중 원·달러 환율이 1250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하더라도 1250원대로 지지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해 추가 무력 충돌 및 핵전쟁 우려 관련 보도가 나오는 만큼, 환율의 추가 급등 가능성이 남아있다"면서도 "2010년 이후 유럽 재정위기, 유가 폭락, 미중분쟁, 팬데믹 등 굵직한 사건들에도 1250원은 상방 지지선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