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가 한국인의 ‘국민 집밥’이라면, 라타투이는 프랑스 사람의 소울 푸드다.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 지역의 대표 요리인 라타투이는 가지, 주키니호박, 토마토, 피망 등에 허브와 올리브유를 넣고 익힌 야채 스튜다. 2007년 이 요리를 소재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타투이’가 흥행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상승했다. 이 영화에서 라타투이는 가정식 특유의 소박한 맛으로 프랑스 최고의 음식 평론가를 감동하게 한 요리로 등장한다.
CJ제일제당 쿠킹클래스에서 이미정 셰프의 도움을 받아 ‘초간단’ 라타투이 조리법을 배워봤다. 라타투이는 채소와 향신료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요리기도 하다. 외모는 초식남이지만 식성만큼은 육식파 상남자인 기자의 취향을 반영해 이날은 대체육을 쓴 식물성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 만두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메뉴 이름은 ‘만타투이’(만두+라타투이).
우선 애호박, 토마토, 가지 한 개씩을 먹기 좋은 두께(0.5㎝ 안팎)로 썬다. 슬라이스가 된 야채를 그릇에 몰아넣고 올리브유 한 큰술에 소금 세 꼬집, 여기에 취향 따라 후추를 적당히 뿌린 뒤 버무려준다. 올리브유가 없으면 식용유를 써도 된다.
다음으로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그릇에 아라비아타 스파게티 소스를 깔아준다. 토마토소스 맛이 중요하니 스파게티 2인분 정도의 양을 넉넉하게 쓰면 된다. 그 위에 만두와 야채를 줄지어 얹는다. 그리고 그릇에 비닐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7~8분 돌리면 완성.
라타투이가 프랑스 전역에 국민 요리로 자리 잡은 것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야채로 간단하게 완성하는 레시피 덕이었다. 이름부터 ‘음식을 가볍게 섞는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물론 제대로 요리하려면 오븐을 쓰는 게 낫다. 전통을 고수하는 프랑스인은 재료를 따로따로 익히는 등 정성을 들인다고 한다. 바질이나 파슬리로 장식하면 비주얼도 한층 더 예뻐지고, 피망과 치즈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번거롭다면 이런 옵션은 생략해도 괜찮다.
20분도 안 걸려 뚝딱 만든 라타투이의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적당히 익은 야채를 씹는 식감은 묵직하고, 살짝 얼얼한 아라비아타 소스는 개운함을 줬다. 프랑스에서는 라타투이를 사이드 디시나 가벼운 한 끼 음식으로 먹는다. 프로방스 쪽에서 많이 생산하는 로제 와인을 곁들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어우러지기 때문에 식은 뒤 먹어도 맛있는 요리다. 야식과 알코올이 당기는 밤, 배달 치킨을 대체할 건강한 안주로도 손색없어 보인다. 보나베티(Bon apptit·맛있게 드세요)!
글=임현우 기자/사진=신경훈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