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국들의 방역 조치가 점차 완화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아나 사태, 미국의 긴축 등 시장에 부정적인 뉴스들이 피로감을 키우고 있지만 여행, 호텔, 카지노, 항공, 화장품 등 리오프닝을 대변하는 업종들에 대한 관심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리오프닝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일본 기업이 있습니다. 1872년에 설립해 올해 창업 150주년을 맞는 일본의 대표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4911)입니다. 일본 기업 중 카오(4452_가네보 인수), 코세(4922)라는 회사 역시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지만 시세이도는 일본에서 압도적인 브랜드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투병생활을 하던 부인과 사별한 한 고령의 남성이 부인이 투병하는 동안에도 한두 달에 한번 시세이도 매장에 들려 부인을 위한 화장품을 사줬다는 이야기가 기사화될 만큼 시세이도는 일본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로 수십 년째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세이도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프레스티지(럭셔리 브랜드) 47%, 코스메틱 (중저가 브랜드) 27%, 퍼스널케어 12%(샴푸, 바디케어 용품 등), 향수 9%, 프로페셔널(헤어샵 전문 스타일링, 염색제) 등의 구성을 보입니다. 2021년 기준 매출 기준 상위 국가는 일본 26.7%, 중국 26.6%, 북미 11.7%, 유럽 11.3% 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실적하락을 딛고 일상의 회복을 준비하는 시세이도는 중장기 성장계획에서 인수합병(M&A), 전사 디지털 전환 등을 주요사항으로 밝혔습니다. 시세이도의 이커머스 비율은 2019년 13% , 2020년 25%, 2021년 34%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회사는 추가적으로 온라인 피부 진단프로그램의 글로벌 전개, 증강현실(AR)을 통한 가상메이크업, 가상공간에서의 차세대 참여형 마케팅을 전개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작년 말 중국의 ‘텐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디지털 모델의 구축과 SNS, 이커머스를 아우르는 온라인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2020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주요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미국(19.1%), 중국(14.7%), 일본(8.5%), 브라질(6.1%), 독일(3.9%) 순으로,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소득대비 화장품 소비 지출액이 선진국 대비 낮아 성장할 수 있는 룸이 큰 시장으로 평가되고 성장속도 역시 아주 빠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세이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 역시 중국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텐센트와의 협업으로 시세이도의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 등의 동향을 지켜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화장품의 핵심은 브랜드 파워입니다. 생산은 글로벌플레이어인 한국의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에 맡기면 될 일입니다. 화장품 용기 역시 연우, 펌텍코리아 등 경쟁력 있는 업체에 아웃소싱 하면 됩니다. 원재료는 화장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공급처도 아주 많습니다. 결국 브랜드 파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브랜드가 좋은 회사들은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유통업체 등에 가격 협상력을 가질 것이고, 마진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새로운 브랜드의 출시나 신생 벤처 브랜드의 M&A 등 지속적으로 그들 만의 게임이 가능해집니다. 로레알, 유니레버, P&G,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과 같이 소비자의 브랜드 로열티가 강한 회사들의 주가 멀티플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고가화장품 쪽에서 에스티로더가 나에게 맞다고 사용하던 사람이 약간의 가격 편차를 이유로 갑자기 본인이 쓰던 브랜드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진입장벽이 형성되고, 소비자에게 일정 수준의 가격전가도 충분히 가능해집니다. 결국 경기에 따라 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실적의 연속성과 가시성이 높기 때문에 높은 멀티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WWD가 발표한 Beauty Report 의 2020년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의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로레알(약 320억달러), 유니레버(약 220억달러), 에스티로더(약 142억달러), P&G(약 140억달러), 시세이도(약 84억달러) 순입니다. 한국의 LG생활건강(약 45억달러)과 아모레퍼시픽(약 40억달러)은 각각 12위, 16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국내의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브랜드파워는 글로벌한 관점에서 약하다는 의견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2010년대 후반까지 K-뷰티라는 이름으로 중국시장에서 한국 회사들이 약진했으나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로컬 브랜드에 밀리고,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에 점차 밀려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의 입장에서 체크해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화장품은 브랜드 로열티가 중요합니다. 모든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중국 시장에 공을 들입니다. 브랜드파워가 강한 회사들은 경제적 해자를 가지며, 신생 브랜드 M&A에 적극적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활용하여 글로벌 상위 화장품 회사들의 매출 성장률과 이익률, M&A 현황, 격전지인 중국에서의 포지션 변화, 글로벌리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의 탄생 여부 등을 트랙킹 해 나가다 본다면 분명 좋은 투자기회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지민홍 신한금융투자 한남동PWM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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