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관리 부실이 빚은 '소쿠리 투표', 대선 뇌관 되나

입력 2022-03-07 10:19
수정 2022-03-07 10:39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준비 소홀로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지가 투표함이 아닌 소쿠리·라면박스에 담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직접선거·비밀선거 선거 대원칙 위배 논란이 일면서 선관위 투표함 부실 관리 대선 뇌관으로 떠올랐다.

확진·격리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는 대신 선거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수거하면서 일부 유권자는 “직접·비밀투표 원칙에 위배된다”고 항의했다.

서울 부산지역 일부 유권자들은 아예 특정 후보에 투표가 되어 있는 투표용지와 봉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출동하는 등 투표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확진자·격리자 투표소 부실 관리 논란을 빚은 선관위는 7일 오전 10시 긴급 전원회의를 열고 지난 5일 사전투표 때 발생한 확진자·격리자 투표용지 부실 관리 사태의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해 논의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때처럼 확진자·격리자용 임시 기표소를 설치하지 않고, 일반 유권자 투표 종료 후 투표소 내에서 투표하도록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이 보장되는 만큼 선거 부정의 소지는 없다고 강조하며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여야가 반발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질책하자 전날 "혼란과 불편하게 해 거듭 죄송하다"면서 "안정적인 선거관리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여러 형태의 선거관리 부실 논란이 벌어진 6일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선관위 사무실에 출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논란이 되는 사전투표는 일반 유권자와 다른 시간·방법·위치를 정한 것, 밀봉하지 않아 제3자가 볼 수 있게 한 것, 투표함에 직접 투표하지 못한 것은 평등선거, 비밀선거, 직접선거 3가지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선관위 관계자가 '강풍이 많이 불어 대기 시간이 길어진 터라 유권자들이 더 화가 난 것 같다'고 한 말은 듣는 이들을 아연실색게 한다"면서 "확진자들이 힘들게 투표하는 것은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숭고한 행동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절대 부정 없다'고 강조하거나 유권자들을 '분노조절장애'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이미 선거원칙에 완벽하게 맞지 않는 투표 방법이 나타났기에 이를 보완하는 것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3월 9일 투표일에는 이런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확진자와 격리자는 본투표 일인 9일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본인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때처럼 확진자·격리자용 임시 기표소를 설치하지 않고, 일반 유권자 투표 종료 후 투표소 내에서 투표하도록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