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를 뒤덮은 인플레이션 공포에 불을 붙였다. 이미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이 대거 풀렸고 미·중 충돌로 공급망 혼란이 빚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한층 더 커졌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임금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것이 정석이지만 실행이 쉽지 않다. 가격을 올렸다가 경쟁사에 시장을 내줄 수 있어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장고에 들어간 배경이다.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 전략을 새로 짜는 단기 대책과 중장기 성장동력 마련에 속도를 내는 중장기 대책을 함께 쓰고 있다. 인플레이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삼성, 제품 다양화 나서삼성전자에서 완제품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은 인플레의 파고를 넘기 위한 전략으로 다양화를 내세우고 있다.
15개였던 Neo QLED TV 모델을 21개로 확대했다. 더 다양한 고객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조치다. 2022년형 Neo QLED는 ‘네오 퀀텀 프로세서’ 등 새로운 화질 기술을 대거 채용했다. 특히 8K 제품은 ‘퀀텀 mini LED’의 광원 처리 수준이 대폭 개선돼 빛의 밝기를 기존 4096단계의 네 배에 달하는 1만6384단계로 조절한다. 또 영상에 있는 사물의 형태와 표면을 분석한 뒤 광원 형상까지 최적화해 영상의 밝고 어두운 곳을 더 섬세하게 표현해준다.
이와 함께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공개한 ‘더 프리스타일’ 등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라이프 스타일’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더 프리스타일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빔프로젝터다. 180도 회전할 수 있어 벽면, 천장, 바닥 등 원하는 공간에 최대 100형(대각선 254㎝) 크기의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가구와 TV의 경계를 허문 ‘더 세리프’, 집안을 갤러리로 바꿔주는 ‘더 프레임’, 가로·세로 회전이 자유로운 ‘더 세로’ 등도 삼성이 기대를 걸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제품으로 꼽힌다.
○현대차, 전기차 점유율 7% 목표현대차는 대세로 자리 잡은 전기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30년 전기차 187만 대를 판매하고, 점유율 7%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최근 제시했다. 작년 대비 판매량은 13배, 점유율은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다. 현대차 11종, 제네시스 6종 등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판매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생산 증대를 위해 기존 한국과 체코 중심의 생산기지를 글로벌 거점별로 늘리고, 전용공장 신설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용공장은 현대차의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 들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에선 배터리업체와 추가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 ○SK, ESG로 경영 해법SK그룹은 최근 지정학적 위기와 코로나19 장기화로 발생한 인플레이션, 공급망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찾고 있다. SK그룹 8개 관계사는 2020년 한국 최초로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기업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뜻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기후변화 대응 문제 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 워싱턴DC를 찾은 최 회장은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지면서 한·미·일 3국은 많은 도전 사항에 직면해 있다”며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인도·태평양 주변국의 총체적 마찰, 북한의 비핵화 문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라고 말했다. ○LG, 신성장동력 ‘전장’으로 돌파구LG전자는 지난해 7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함께 합작법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출범시켰다. 2013년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VC사업본부(현 VS사업본부)를 신설한 뒤 전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에는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오스트리아의 ZKW를 인수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에서 시장 강자로서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경기 파주에 유리 원판 투입 기준 월 8만 장 규모의 대형 OLED 생산 라인을 갖춘 데 이어 중국 광저우에 월 9만 장 규모로 생산 라인을 확보하는 등 총 월 17만 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대형 OLED 대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