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력·군사력·정치력 약하다"…자신감 바닥 친 일본인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03-07 07:30
수정 2022-03-07 07:56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지난 2년 동안 일본인의 자국 국력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경제 군사 등 7개 항목에 대한 국력을 묻는 질문에 6개 항목에서 '일본은 약하다'라는 응답이 '강하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18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국력 평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모든 분야에서 일본의 국력이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기술력과 함께 일본인들의 자신감을 떠받치던 경제력의 경우 '약하다'는 응답이 43%로 '강하다'(20%)의 2배가 넘었다.

2018년 첫 조사에서는 '일본 경제가 강하다'는 응답이 37%인 반면 '약하다'는 11%에 그쳤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 2년째인 지난해 '일본 경제가 약하다'는 응답이 32%, 28%로 떨어진 '강하다'를 처음 앞질렀다.


지난해 일본 경제성장률은 1.7%로 5%를 넘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보다 크게 낮았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경제가 회복하는 속도가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더딘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본인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2018년 조사에서 일본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강했던 50대의 '강하다'는 응답이 50%에서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0년대 초반 버블(거품) 경제 전후에 입사한 50대들은 정년을 맞아 재취업을 고민하는 시기"라며 "코로나19로 크게 악화된 고용환경을 실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력('강하다' 5%·'약하다' 58%), 군사력('강하다' 9%·'약하다' 50%), 외교력('강하다' 5%·'약하다' 61%), 교육력('강하다' 21%·'약하다' 33%) 어학력('강하다' 5%· '약하다' 63%) 등 전 부문에서 '일본이 약하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유일하게 '강하다'가 더 많았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또한 2018년 75%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며 58%까지 떨어졌다.


잘 갖춰진 사회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는 일본이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이 76%인 반면 '느끼지 않는다'는 9%에 그쳤다.

'1년후 생활필수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82%로 1년 만에 13%포인트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세제와 화장지 등 생활용품 가격이 잇따라 인상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반년 후 세대의 수입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9%에 그쳤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반면 소득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다소 개선됐다. '한국을 싫어한다'는 응답은 57%, '좋아한다'는 24%였다. '헌법 개정을 하는 편이 좋다'는 여론은 2018년 40% 중반대에서 65%까지 늘었다.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여론은 46%에서 31%까지 낮아졌다.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73%로 22%에 그친 반대 여론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전역의 18세 이상 성인 1661명을 대상으로 2021년 11~12월 우편방식으로 실시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