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소방 영웅' 산불특수진화대

입력 2022-03-07 17:21
수정 2022-03-08 00:18
길이 800m의 호스를 들고 산에 올라 시뻘건 화마와 싸우는 사람들. 강한 바람을 타고 무섭게 번지는 불길을 잡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험준한 산악을 오르내릴 땐 숨이 차서 방독면마저 벗어젖힌다. 대형 산불 앞에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소방청 소속이 아니라 산림청 소속의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요원이다.

특수진화대는 국·사유림을 가리지 않고 광역 단위 산불 진압에 나선다. 소방관들이 마을로 내려오는 불을 막고 주민을 보호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산속으로 들어가 불을 끈다. 야간작업 때는 큰불을 진압한 뒤 현장에서 눈을 붙인다. 바람이 잔잔해진 새벽이나 아침에 잔불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대형 산불 진화에 특화한 이들의 장비는 일반 소방관들의 것과 다르다. 주택 화재용 소방 호스는 굵고 짧지만,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산불을 진압하는 호스는 가늘고 길다. 1㎞ 이상 산속까지 들어갈 수 있다.

산속 지형은 지역마다 다르다. 나무 종류와 특성도 제각각이다. 산불을 효율적으로 끄기 위해서는 숲의 지형과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특수진화대는 여기에 최적화돼 있다.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며칠간 야간작업에 매달릴 때도 많아 체력이 뛰어나야 한다. 대형 산불이 갈수록 잦아지는 추세여서 이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처우는 열악하다. 2018년에 도입된 특수진화대의 신분은 10개월 단기 계약직이었다. 2020년부터 일부 인력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월 250만원인 임금은 5년째 그대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했다. 전체 인원은 약 450명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산불이 2.5배나 늘었다. 지난 10년간 산불의 58%가 봄에 일어났다. 2000년 삼척 등 5개 지역 2만3000여㏊를 휩쓴 동해안 산불, 2005년 낙산사를 전소시킨 양양 산불도 모두 봄철 화재였다. 산불 원인 중 99%는 사소한 부주의에 따른 인재(人災)였다.

애써 가꾼 산림을 순식간에 태워버리는 대형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밤새 잔불을 끄느라 숯검정이 된 특수진화대원들의 지친 눈빛을 보면 가슴이 아려온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지다. 특수대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앞서 산불을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