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의 진화…구매·주문·배달까지 '척척'

입력 2022-03-07 17:15
수정 2022-03-08 01:38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약 기회를 맞은 공유주방 산업이 새로운 격변기에 들어섰다. 단순 공간 임대에 머문 1세대 공유주방은 시들해진 반면 정보기술(IT)을 접목한 2세대 디지털 공유주방이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음식 조리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자동화해 혼자서도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온·오프 연계 플랫폼이 외식산업의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단순 임대형 공유주방의 쇠퇴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유주방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원에서 지난해 2조5000억원으로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 거래액이 같은 기간 9조7000억원에서 25조7000억원 수준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배달 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공유주방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공유주방은 주방 설비 기기가 갖춰진 공간을 여럿이 함께 나눠 사용해 비용 부담을 줄인 사업 모델이다.

다만 최근 들어 공유주방 시장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단순히 주방 설비를 갖춘 공간을 임대하는 수준에 머문 공유주방 업체는 배달 시장 성장에도 어려움 겪고 있다. 2015년 위쿡을 시작으로 공유주방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과 부동산 임대 사업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지방자치단체까지 청년 복지 차원에서 공유주방 문을 열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공유주방 입점 업체들의 수익성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배달 시장이 포화 상태로 접어들고, 배달 수수료 부담도 점차 커지면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 부동산 임대 수준의 공유주방 사업은 성장성 한계에 직면했다”며 “1세대 공유주방 업체들은 최근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IT 접목한 2세대 공유주방의 부상공간임대 사업을 넘어 공유주방에 IT를 접목해 한 단계 더 진화한 2세대 공유주방 업체들은 위기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공유주방과 푸드코트를 결합한 형태의 먼슬리키친(먼키)이 대표적이다. 먼키는 배달 중심의 공유주방과 달리 공용홀 매장 운영을 통해 배달과 홀 매출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조리를 제외한 전 과정을 디지털화한 것도 기존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예를 들어 앱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내일 예상 매출은 물론 시간대별 매출, 어떤 메뉴가 얼마나 팔릴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조리에 사용할 식재료는 가장 저렴한 곳에서 필요한 양만 자동 주문할 수 있다. 매장을 찾은 소비자의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고, 여러 배달 앱 주문까지 한 번에 모아 주방으로 전달한다. 김혁균 먼슬리키친 대표는 “외식사업자는 ‘조리’에만, 소비자는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나머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먼키는 공유주방의 한계를 뛰어넘어 단체급식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먼키는 올해 20호점, 2025년까지 50호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수도권에서 2025년까지 점포 반경 1.5㎞ 단위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6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먼키는 2025년 거래액 5000억원 달성과 기업공개를 목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업계의 ‘1인 사장’ 체제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